동양에도 서양 못지않은 연극적 전통이 있는데 그것은 20세기 들어 위기에 처한 서양 연극을 개혁하는 데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서양 연극에 대해 열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양 전통극을 즐기고 수용하는 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또한 역으로 동양의 고유한 시각으로 동양 전통극과 서양 연극을 용합시켜 연출하려는 시도도 역시 부족했다. 이러한 배경하에 고선웅 연출의 중국 고전에 대한 수용과 각색은 중국 고전 희곡이 지닌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동시에 이웃 나라 연극에 대한 이해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도였다. 또한 왕효응 연출이 서양과의 문화교류 무대에 동양의 고전희곡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하되, 아직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서사구조적 연출 기법에 대해 주목했으며, 두 각색작의 구조적 연출 기법을 분석하여 극의 의미창출, 비극성의 증폭, 그리고 내면적 구조의 형성 등을 비교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 글은 먼저 원작의 서사구조 구성과 두 편의 각색작의 플롯 변화에 대해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구조형식적 특징인 반복적 서사구조의 다양한 사용이 어떤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지, 또한 비극성의 증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두 각색작에서 모두 사용된 히든 캐릭터에 주목하여 그들의 삽입이 원작의 구조에 입체적인 내면적 구조를 더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