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반일 종족주의』 출간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 즉 ‘반일 종족주의 사태’를 분석하고, 그 식민주의적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대중적으로 확대 재생산된 반일 민족주의 신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사 연구의 탈식민 과제를 제언하고자 했다.
2019년 7월에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는 비슷한 시점에 불거진 한일 무역갈등과 맞물려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각계각층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져 나왔지만, 한국에서 10만 부 이상, 일본(일어판)에서 30만 부 이상이 판매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 현상을 ‘반일 종족주의 사태’라고 명명하였다. 이 책은 학술서와 대중서, 정치적 선전물 사이에서 줄타기했다. 특히 정치적 선전물의 성격이 강한데, 이는 책의 핵심개념인 ‘종족주의’가 레토릭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아울러 한국사 연구 전반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연구 성과를 자의적으로 전유했고 누락했다. 자가당착적인 서술도 많았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조선총독부 고서분서설, 만주 고토회복론에 입각한 대고조선론 등이 대중적으로 유포·소비되고 있다. 『반일 종족주의』와 같은 역사인식이 확산된 배경의 하나였다. 이제 일국사적 시각의 확장은 물론이고, 마이너리티 문제나 생태환경사와 같은 대안적 역사서술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