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전쟁 난민’ 재미 베트남인들의 전쟁 기억과 문화정치를 비엣 타인 응우옌의 저작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이른바 ‘75년 세대’로 대표되는 재미 베트남인들은 전쟁의 패배자 혹은 피해자이며 동시에 ‘민족의 배반자’ 혹은 ‘미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등으로 불리어 왔다. 재미 베트남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비엣 타인 응우옌의 저작들은 탈냉전적 질서에서 ‘베트남전’ 기억 주체로서 재미 베트남인들의 문화정치적 정체성의 변화와 ‘공정한 전쟁 기억’에 관한 문제를 사고하는데 유용한 시사점들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비엣 타인 응우옌과 그의 가족의 생애사를 통해 ‘전쟁 난민’으로서 재미 베트남인들의 삶과 기억경관을 검토하고, 다음으로 전쟁에 연루된 난민이자 전쟁의 ‘동조자’로서 재미 베트남인들에게 덧씌워진 중층적 정체성의 문제를 논하며, 마지막으로 탈냉전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재미 베트남인들의 문화정치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였다. 냉전 시대의 전쟁 경험에서 기인한 ‘전쟁 난민’의 삶과 기억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서고 자기중심적인 기억윤리를 탈피한 ‘공정한 기억’의 윤리에 대한 모색과 실천을 통해 전화 가능성을 획득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