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김우진(金祐鎭) 의 「愛蘭の詩史」(1924)는, 패드라익 콜럼의 평론을 번역한 것으로 일본의 문예 잡지 『真砂』에 수록되었다. 이 글은, 이러한 「愛蘭の詩史」의 원본으로서의 저본을 특정하여 일본의 아일랜드 문학 수용에서의 번역의 성립 배경과 의의를 고찰한 것이다. 아울러, 번역이 수록된 『真砂』의 특질을 개관하면서, 김우진의 삶과 문학에 끼친 일본의 문예 투고 잡지 미디어의 영향을 분석한다. 이러한 취지의 연구를 통해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제출한다.
우선 김우진의 「愛蘭の詩史」는, 패드라익 콜럼의 아일랜드 시선집의 서문을 발췌한 번역의 성립 과정을 밝힌다. 이를 통해 연극만이 아니라 아일랜드 시론의 번역을 계기로 한 김우진의 아일랜드 발견의 경위를 구체화한다. 나아가, 다이쇼 시대의 문예투고잡지 『真砂』의 특질을 고찰했다. 이를 통해 와세다대학 영문과 출신의 기고자들이 일본의 아일랜드 수용에 공헌한 학문적 배경이 촉발한 김우진의 아일랜드 발견의 도정을 새롭게 드러낸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真砂』라는 문예잡지를 새롭게 연구 대상으로 추가함으로써, 일본인 독자를 향한 발화로서의 김우진의 일본어글쓰기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과 국민적인 것의 함의를 질문하는,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의 역사를 개괄한 시론의 번역은, 식민지 조선의 일본 유학생이라는 김우진의 아이덴티티의 자각에서 선택된,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국민문학의 형성을 위한 시도인 것이다. 이로써 본고는, 서구 문학 수용에서의 일본어의 매개성의 문제를 탐색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