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러바익은 18세기경부터 출현한 미얀마의 전통적인 절첩식 책이다. 미얀마 최후 왕조인 꼰바웅 대에 제작된 뻐러바익 가운데 불교적 우주관을 도해한 책만을 구분하여 '본 진 뻐러바익'이라 부른다. 본 진 뻐러바익에는 욕계, 색계, 무색계에 걸친 삼계의 장면이 수직 구도로 묘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수미산도와 도리천도는 12세기 바간 시대 사원 벽화와 유사한 도상을 공유하면서도 일부 변용된 표현이 있어 주목된다. 본고는 본 진 뻐러바익에 묘사된 수미산도와 도리천도를 중심으로 이 장면에 새롭게 추가된 도상들이 꼰바웅 왕실의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본 진 뻐러바익은 꼰바웅 말기인 19세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시기는 영국-버마 전쟁의 패배로 인한 식민지 편입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본 진 뻐러바익은 왕실 후원으로 제작되어 버마족 엘리트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위태로운 시대 상황에서 복고적인 방식으로 왕권을 재정립하고자 했던 꼰바웅 왕실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