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여성의 자기표현 가사의 면모와 그 소통의 의미를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노년 여성의 외로움, 병든 몸, 죽음의 세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춰 자기표현의 특징을 탐색했는데, 이동(李東)의 노년 가사를 중심으로 하되 여타의 노년 가사도 두루 포함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로움’의 문제는 가족의 그리움과 타향살이의 고독감과 연결되어 표출되는 특징이 발견된다. 노년의 외로움이 자손을 향한 그리움과 연관되는 점은 여성작 노년 가사에서 종종 포착되는 것인데 이동 가사의 경우 타향살이가 외로움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 점이 특이하다. 둘째, ‘병든 몸’의 문제는 부자유한 몸과 무용한 존재의 인식과 연결되어 부각되고 있다. 노년에 겪는 병든 몸의 고통은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거동의 제한은 물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하는 자존감의 훼손도 함께 초래한 것으로 파악된다. 셋째,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는 장수의 고통을 토로하고 죽음을 상상한 점이 특이하다. 이는 이동 가사만의 개성적인 면모로 일찍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미안해하며 오래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하고 급기야는 죽음을 상상하고 사후 처리까지 부탁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전통적으로 여성작 가사가 ‘우리’의 차원에서 대중적 소통을 목적으로 한 갈래였던 것과는 달리, 이동 가사는 ‘나’라는 개인의 문제에 천착하고 자신의 내면을 차분히 응시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청자를 향한 직접적인 소통과는 다른 의미의 이동 가사만의 소통의 면모가 포착되는 점은 흥미롭다. 인근 지역에서 가사시인으로 불릴 정도로 작자성과 작품성이 인정되었던 것은 근현대 격변기를 살아온 인생 역정 속에 그만의 개인적인 경험과 풍부한 서사 구사력, 진솔한 표현방식이 결합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