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왕태자 원정(元正)·동지(冬至)·절일(節日) 조하의(朝賀儀)의 절차와 내용을 살펴보고, 그 속에 드러난 왕태자와 신료와의 관계, 왕태자의 지위와 권위를 고찰한 것이다. 고려에서는 원정·동지 때에 국왕 조하 의식 뒤에 동궁에서 왕태자 조하 의식을 거행하였는데, 동궁관 하례→백관 하례→지전원의 상전(上牋)→회연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또한 왕태자의 탄생일은 국가적 차원의 절일로 제정되었으며, 절일 조하의에 관한 의주를 마련하여 의식을 거행하였다.
조하의의 면위(面位)를 통해 국왕-왕태자-태자삼사·삼소(재추)-태자빈객(문무 3품관)-4품 이하 동궁관(문무 4품이하 관)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를 구축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의식 과정 중에서 왕태자는 동궁관 및 문무백관의 치사(致辭)를 받고, 왕태자의 덕과 자질을 찬양하고 복을 기원하는 지방 관원이 올린 전문을 접수하여서 왕태자의 권위가 실제 군신 관계에서도 작동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왕태자 조하의는 의례의 구성과 절차 측면에서 국왕 다음가는 권위자로서 왕태자의 지위와 권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