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백성의 교화를 통해 유교적 이념 사회를 구축하고자 했던 조선 왕조의 목표에 주목하면서, 전근대 시기에 이루어진 한글 보급의 특징과 시대적 의미에 대해 논의하였다. 2장에서는 한글을 공식 문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국가 이념인 유교적 가치관을 확산하는 도구로 활용한 한글 보급 정책의 양면성에 주목하였고, 그 양면성이 ‘동문동궤(同文同軌)’로 상징되는 중화 문명의 질서 체계를 유지하면서 유교적 이념 사회를 구축하고자 했던 목표에서 비롯한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백성의 교화와 한글 보급이 긴밀히 연계되어온 상황에 주목하면서, 한글 보급과 교화의 사회적 기반으로서 향교나 서당과 같은 향촌 교육기관의 역할을 설명하였다. 3장에서는 한글 보급 정책의 양면성과 관련지어 한글 서적의 성격을 분석하였고, 이를 근거로 한글 서적의 증가가 지식의 생산과 유통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었음을 지적하였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부각되었는데, 첫째는 전근대 시기에 이루어진 한글 사용의 확대와 근대에 이루어진 한글 사용의 확대를 같은 차원에서 설명하는 방식의 문제점이고, 둘째는 한글 서적의 증가 현상이나 한글 담론의 출현에서 근대성의 징표를 찾으려는 논의의 문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