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 최석정은 숙종대 경세와 학문을 겸비한 명문 사대부로 수차례 영의정에 오른 소론계 고위관리였다. 그는 강절역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수학과 음운학, 예학 등에 뛰어난 저서를 남겼다. 그 중 하나가 조선조 최초 訓民正音 연구서인 『경세훈민정음』이다. 그는 훈민정음 解例編을 보지 않고도 正音에 강절 성음론이 내재됨을 간파하였고, 정음을 강절의 역수적 측면으로 분석했다. 명곡의 역수론은 강절 역수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정음이 지닌 음운적, 수학적 개별성을 감안하여 독창적 이론을 전개했다. 그 내용이 책의 坤冊 聲音篇에 들어 있다. 강절과 명곡은 시공을 달리하지만 ‘易數’라는 기제로 서로 소통했고, 그 결과를 어떤 메시지로 남겼다. 그것을 추적한 결과 둘이 서로 소통한 역수는 다음과 같다. 1. 초성 중성을 삼재의 道로 통했고, 2. 1-2-4-8의 가일배적 역수론으로 통했으며, 3. 초성 24, 중성 32 종성 16은 사부법의 4로 통했고, 4. 초중성의 청탁흡벽으로 통했다. 명곡은 이런 소통을 통해 성음수 12,288을 독자적으로 제출했다. 12,288은 정음으로 한자의 古音 모두를 표시할 수 있는 수로 강절 성음수와는 다른 조선의 성음수이다. 이런 역수 발휘로 음운론에 대해 이른바 ‘出藍’의 경지를 명곡이 보여주었다. 명곡이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수학은 자연학 인문학 구분 없이 만학의 근원이니 수학 연구에 분발하라는 점이다. 명곡이 발명한 성음수는 어쩌면 언어학, 음운학, 음성학 발달의 기본수가 되거나 인접 분야 발전을 유발하는 기초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