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운행자에게 면책사유의 증명책임을 지울 뿐 아니라 운전자의 과실과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 및 기능상 장애가 없음을 모두 증명하여야 면책된다고 함으로써 그 면책가능성을 좁히는 한편, 이를 책임보험과 결합하여 책임보험을 의무화한다. 이는 비슷한 취지의 일본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다시 독일법으로 소급한다. 그러나 프랑스, 영국의 예도 그 범위와 구성방식, 폭, 강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체로 비슷한 접근을 보인다. 책임주체인 운행자 개념을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각국의 발전은 지난 세기 교통사고로 인한 인신피해의 보상 문제가 대두하면서 사회정책적으로 어떻게든 보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짐에 따라 일단은 책임법을 강화하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책임보험을 의무화함으로써 이를 달성하게 된 결과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제에서 민사책임, 즉 운행자책임의 기능은 사실상 책임보험으로 연결시켜주는 도관(導管; conduit)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오늘날 대두되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운행자책임의 미래에 대하여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행 내지 주행을 누가 얼마나 통제하는가에 대한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나 운행자책임은 (위험)통제가 아니라 누가 책임(보험)을 잘 부담 또는 매개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설계, 운용되어온 제도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대두 자체가 운행자책임을 위협하거나 심각하게 재고하게 하리라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시대에도 불구하고 전래의 운행자책임을 유지하는 것으로 족하리라는 입법적 판단이 있었고, 과실책임의 원칙을 고수해온 영국 정도만이 기존 체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자율주행자동차에서 과실이 부정되어 책임보험을 매개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하여 입법적 대응을 하였을 뿐이다. 우리 법의 상황도 비슷하게 전개되리라고 보인다. 자동차제조사에게 책임을 제1차적으로 집중시키는 근본적 대안은, 큰 전환비용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분명하지 아니하다는 점만으로도, 현실적이지 아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