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2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일제 지배 말기 인천조병창의 구성과 강제동원 노무자들의 경험세계에 대해 규명한 논문이다. 조선 내에서는 유일한 무기공장이었던 인천조병창은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일본육군이 인천의 부평지역에 설치한 시설이다. 이곳은 대규모의 강제동원이 행해진 곳으로, 국내 강제동원의 가장 대표적인 현장이다.
인천조병창에서는 1939년부터 공장을 건설하면서 경기도 일대의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데 이어 1941년 개창(開廠) 이후에는 공장에서 무기를 만들고 그에 관련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을 전국에서 강제동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천조병창에 동원된 모든 조선인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해당된다.
그런데 인천조병창은 드물게 일본 본토 밖에 있었던 군사시설로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해방 직후 미군이 진주하기까지 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인천조병창에는 일본군이 그대로 주둔하면서 일본으로 가져갈 수 없는 문서를 통째로 소각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문서가 드러나지 않는 현재로서는 조병창에서 직접 강제동원과 노동을 경험한 사람들만이 실상을 전해줄 수 있으므로 그들의 구술은 인천조병창 연구에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본 논문에서 구술을 통해 고찰한 내용은, 먼저 인천조병창의 노무자 동원과정과 조병창의 구조로서, 1) 노무자 동원 방식과 과정, 2) 인천조병창과 기능자양성소의 구조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어 인천조병창의 노무자 구성과 노동실태를 고찰보기 위해 1) 노무자 구성과 노동현장에서의 역할, 2) 동원 노무자의 일상과 노동환경, 3) 노동현장의 단절과 통제양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인천조병창으로의 강제동원에 대한 노무자들의 인식과 그들의 저항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1) 강제동원과 일제에 대한 인식, 2) 탈출을 통한 노무자의 저항, 3) 해방의 감동과 귀가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