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영향관계가 없는 두 시인을 비교 연구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兩者와 공통적인 연관성을 지닌 제3의 매개항을 설정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두 시인에게 모두 큰 영향을 끼친 杜甫 및 두보의 시를 제3의 매개항으로 설정하여 두보로부터 받은 ‘영향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구체적으로 두 시인의 텍스트에 공통적으로 수용된 두보의 시구가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구현되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다음 몇 가지 차이를 추출할 수 있었다. 첫째 윤선도는 두보 原詩 맥락의 의미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반면, 바쇼는 원시의 의미에 충실하게 자신의 시문에 수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둘째,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 및 정서 면에서 볼 때 윤선도는 두보 시가 지니는 어두운 ‘陰’의 정조와 삶의 부정적인 면을 밝고 긍정적인 ‘陽’의 상황으로 반전시키는 반면 바쇼는 두보의 ‘음’의 정서를 그대로 이어받는 양상을 보인다. 셋째 텍스트 리얼리티의 측면에서 볼 때 윤선도의 경우 가난에 대한 경험의 부재, 빈번한 차운시 창작 등으로 인해 현장감과 리얼리티가 감소되는 결과가 야기되는 반면 바쇼의 경우는 여행 중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체험들을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했기 때문에 윤선도의 시에 비해 현장감과 사실감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