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이야기 비교 분석을 통해 소설시장의 변화 추이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소대성전」은 주요 이본에서 소대성을 소현성의 현손으로 지칭하며 작품 내적 연관 지표를 드러냈다. 당대 소설시장에서 「소현성록」 독서는 「소대성전」을 창작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작품은 각기 서로 다른 양식을 선도하였고 약간의 시차를 보이며 유통되었다. 이 현상을 바탕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조선후기 소설시장에서 각기 다른 양식이 형성된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양식적 거리를 보기 위해 두 작품의 이야기를 비교 분석하였고, 그 결과 「소현성록」에서 가문의 영광에 귀속된 탄생과 혼인·자기과시의 과정이 서사화된 반면, 「소대성전」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이야기로 인생 과제들을 배치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소현성록」에서 젠더적 구분과 훈육, 서열화에 관심을 둔 반면, 「소대성전」에서는 젠더 문제가 자연화되어 있어서 추구해야 할 가치의 차원으로 절대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현성록」에서 전제된 유교 규범을 드러내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둔 반면, 「소대성전」에서는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통속적 가치를 전면화하였다는 차이를 발견하였다.
이들의 비교는 조선후기 소설시장에 대한 다음과 같은 추론을 가능하게 하였다. 우선 소설시장에서 나타난 콘텐츠 확장의 방식에 대한 것이다. 「소현성록」의 한 부분이 「소대성전」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실제 분석 결과 온당하지 않았다. 「소대성전」은 「소현성록」 소설 독서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요약이나 발췌에 머물지 않고 부귀영화를 성취하고자 하는 통속적 욕망을 새로운 이야기 양식으로 구축하였다.
이야기에서 젠더적 재현이 배제된 것은 여성 독자를 향한 직접적 발언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소현성록」이 여성들의 의무와 역할을 초점화하였다면, 「소대성전」은 일반적인 독자를 겨냥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서술상으로 젠더적 초점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소대성전」에서 여성의식이 진일보한 것은 아니었다. 자연화되어 있어서 의식적으로 강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소대성전」 텍스트에서 특정 집단에서 벗어나는 독자들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은 소설에서 기대하는 가치 또한 달라졌음을 뜻한다. 이는 소설에 대한 기대가 달라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소현성록」이 읽혔던 이유인 이념적 학습이나 훈육의 명분이 「소대성전」에서는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오락적이고 통속적 가치에 대한 전면화된 지향성은 소설시장에서 전제되었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변모하는 방향을 반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