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무위·자연’의 구조는 곽점본 단계의 단층 구조에서 마왕퇴 갑본 단계의 3층 구조를 거쳐 북대본·현행본 단계의 2층 구조로 변화했다. 이런 구조 변화는 정치철학의 성격과 내용 및 주체와 객체의 관계 설정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곽점본에서의 정치철학은 치자의 ‘불간섭을 원칙으로 하는 종도론(從道論)’의 성격으로 일관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마왕퇴 갑본에서는 제51장 상단 및 제70장이 추가됨에 따라 ‘전제주의(專制主義)적 종군론(從君論)’의 성격을 띤 정치철학이 혼입되게 된다. ‘도’의 ‘무위’를 말하는 제51장 하단도 함께 추가되지만, 상단과 하단은 분장 부호를 사용해 별개의 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노자』에서 정치의 정당성의 근거인 ‘무위·자연’과 관련된 내용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곽점본에서는 치자가 ‘무위’의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피치자의 ‘자연’이 보장된다는 내용으로 일관돼 있었다. 그러나 마왕퇴 갑본에서는 제51장 상단 같이 치자의 ‘인위’를 긍정하고 피치자의 ‘자연’을 부정하게 된다. 치자의 ‘인위’가 긍정됨에 따라 주체와 객체의 관계 설정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곽점본에서는 치자와 피치자를 대립·투쟁의 긴장 관계로 파악하거나 치자가 피치자에 대해 겸손의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마왕퇴 갑본 제51장 상단과 제70장에서는 주체의 절대 권력에 대한 객체의 복종으로 관계 설정이 바뀌게 된다. 북대본과 현행본에 이르면 제51장 상단과 하단은 합쳐져 하나의 장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무위를 통해 인위를 견제하거나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