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현대시의 전통 계승 양상을 탐색하는 연구의 일환으로 김영랑의 4행시를 중심으로 향가와의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4행을 기반으로 8행, 12행 형태의 영랑 시는 향가의 하위 장르인 4행, 8행, 10행 향가와 두루 비교할 만하다. 이를 통해 우리말 시 형태의 상호 관련성과 함께 향가의 형성 경로까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먼저 형식 면에서 영랑 시와 향가를 비교하였다. 단어, 구절, 문형 등의 반복이 특징인 영랑 4행시는 1행 단위의 aa'bc(abcc', aa'bb'), abcb'(abca'), abcd 세 유형으로 분류되는 데 비해 4행 향가는 반복구를 활용한 작품조차도 abcd형으로 분석된다. 전자가 의미의 반복, 순환에 치중한 형태라면 후자는 의미의 확장을 위주로 한 것이다. 영랑 8행시는 2행 단위의 ABCD형이 대부분인데 이는 8행 향가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바탕에 4행-4행의 결합 구조가 깔려 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2행이 중심이 되어 시 형태를 이룬다거나 4행시의 1행 단위 유형이 2행 단위로 확장하여 8행시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본고는 향가와 김영랑 시의 비교를 통해 시대를 넘어 관류하는 우리말 서정시의 형식과 내용의 상관성을 찾아보았다. 영랑 시의 향가적 특질을 살핀 것에서 다른 현대시로 확대함으로써 좀 더 포괄적인 논의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