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무대와 객석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변화가 생겼다. 체코 원작이 현실과 극적 현실 사이에 ‘전이’의 시공간을 만들어 무대와 객석 사이의 소통을 도모했다면, 라이선스 버전은 키치와 쇼로 관객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했다. 이 모든 요소들을 통해 주제와 무대미학의 근본적인 변화 역시 고찰할 수 있었다. 체코 원작은 개별적이고 모순적인 세계에 집중한 반면, 라이선스 버전은 이상적이고 질서 정연한 코스모스를 지향한다.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는 원작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무대미학으로 활용되었고 라이선스 버전은 엔터테인먼트의 속성을 높이며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의 수위를 낮추었다. 여성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남성의 죄의식은 이상적이고 질서 정연한 세계를 지향하는 토대로서, 정의롭고 ‘조신해진’ 여성과 의지적이고 이상적인 남성들이 그 세계 안에서 살 수 있었다. 따라서 라이선스 버전의 한국적 각색이라는 평가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생리와 정서를 반영하여 순화된, 혹은 평평해진 대중문화 텍스트로의 각색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바뀌는 것이 온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