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죽음에 대한 등장인물의 이해를 중심으로 이청준의 『자유의 문』(1989)에 나타나는 죽음의 의미를 종교심리학적 관점에서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유의 문』에서 죽음은 서사구성적인 측면과 주제적 측면에서 중심적인 제재로 기능한다. 추리소설처럼 소설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그것과 관계있는 등장인물에 의해 일관된 논리 관계로 재구성되어 서사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인물들의 인식 구도가 대화를 통해 나타난다. 또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리산에 죽음의 이미지를 덧붙여나가면서 계속적으로 죽음의 이미지를 독자에게 환기한다. 독자는 작가가 구축해 놓은 죽음의 사유 방식을 따라 그 의미를 구성해가면서 죽음의 의미를 인식하게 되고, 그 안에서 보다 성찰적으로 삶의 방향을 선택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죽음의 수사학을 이해하기 위해 이 글은 현대 죽음연구사에 이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쳐온 로버트 제이 리프톤(Robert J. Lifton)의 “형성화(formulation)”와 “형성적 상징화(formative-symbolizing)” 개념에 주목하여 죽음의 의미를 살피고자 한다. 이 개념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삶의 과정에서 갖는 죽음 인식을 보여준다. 이 글은 이 개념을 중요한 해석의 키워드로 삼으며 등장인물들의 죽음 인식이 어떻게 중요한 삶의 질문으로 수렴해 가는지 고찰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작가로서 이청준이 죽음을 활용하여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종교적인 인간상의 필요를 역설하고 있음을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