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랜디스(Eli Barr Landis, 1865-1898)는 1890년에 한국에 입국한 최초의 성공회 선교사 중 한 명으로, 1898까지 인천에서 의료선교사로 활동하였다. 그는 8년 남짓한 짧은 선교 기간에도 불구하고 놀랄 정도의 열정과 깊이로 한국문화와 종교 의례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를 남겼다. 그가 개신교 선교사로서는 매우 드물게 한국 종교에서 의례에 집중한 것은 성공회 선교사로서의 종교적 정체성 때문이다.
랜디스는 굿에 직접 참여한 기록을 통해 19세기 말의 무교의 모습을 현재에 전달하였다. 그의 연구 초점은 교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이 어떠한 실천을 통해 믿음의 대상을 형성하는지를 밝히는 의례적인 것이었다. 그는 장례, 왕실의 장례, 관례 등 유교 의례들에 관심을 두고 핵심적인 문헌들을 번역 소개하였다. 그는 불교 연구에서도 실천적 측면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불자들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염주를 뒷받침하는 문헌적 근거를 조사하였고, 불교 성직자들이 매일 거행하는 의례를 취재하였다.
랜디스가 활동한 1890년대에 서양인 대부분은 한국 종교의 존재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랜디스는 종교 개념의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종교의 실천적 차원에 주목하여 무교, 유교, 불교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올렸다. 그는 전례와 사제의 권한을 강조하는 성공회 집단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교리 위주의 관심을 가진 다른 개신교 선교사와는 매우 다른 접근을 택하였다. 이러한 종교적 배경이 그의 뛰어난 어학 능력과 결합한 결과 랜디스는 길지 않은 선교 이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종교 의례에 관한 독자적이고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