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국대학 조선어학조선문학 전공 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高橋亨)의 강의 내용은 최근에 공개된 그의 강의록을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다카하시 도루의 총 41책의 강의노트 중 이채로운 것은 그의 총 14책에 달하는 조선민요 관련 강의록이다. 다카하시 도루는 조선민요와 관련한 강좌는 1931년 단 한 차례만 개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적지 않은 분량의 강의록을 남겼던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다카하시 도루는 조선의 문학이란 대체로 지나의 모방이라고 간주했으며, 그래서 그의 조선문학 강좌의 내용은 한문학 위주로 구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하시 도루는 부단히 조선의 민요를 수집하여 강의록을 통해서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조선민요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그것은 다카하시 도루에게 조선문학 중 가장 조선적인 것은 바로 조선의 민요였으며, 조선문학의 연구란 조선민요에 투영된 조선인의 보편적 심성을 탐색하는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도루는 이러한 조선민요의 소개와 연구야말로 일차적으로는 제국 일본의 국문학에 기여하는 일이며, 나아가 동아시아 제지역과의 비교연구에 기여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다카하시 도루의 조선민요 연구는 근본적으로 제주도, 함경도 등 오지의 여성 민요를 주된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그러한 지방성과 타자성이 도리어 조선인의 보편적 심성을 보존하고 있다는 모순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다카하시 도루는 그러한 조선민요의 연구를 통해 조선의 시가문학사를 통시적으로 서술하는 단계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 결과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일본에서 계속된 다카하시 도루의 조선민요의 연구는 미완의 상태로 수습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카하시 도루가 미처 이루지 못한 조선 시가문학의 통시적 연구를 비롯하여, 그가 비조선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언문 문학의 유산에 대한 학문적 탐색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