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실크로드, 혹은 남해로(南海路)라고 일컬어지는 해상루트는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동량이 육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했기 때문에 역사적인 기복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확대됐다. 육상이나 해상 실크로드 모두 단순한 물품 교역로 이상의 역할을 했다. 399년에 인도에 갔던 구법승 법현을 포함한 많은 승려들이 배를 타고 인도로 구법의 길을 떠났다. 이들은 불교 경전을 구하러 갔지만 불교와 관련이 있는 공양구와 의식을 베푸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오기도 했다. 불교가 중국과 한국에 전해진 이래, 동남아시아 지역의 나라에서는 교역을 위해 다양한 물품을 가지고 동북아시아로 왔는데 이중에는 불교 관련 물품이 적지 않았다. 불상이나 보살상, 사리탑, 기타 불구 만이 아니라 향로에 피우는 향이나 음식, 약재를 만드는데 쓰는 각종 식물, 혹은 불교 관련용품의 재료가 되는 광물질도 포함됐다. 정향, 설탕, 용뇌, 후추, 침향 등 식물과 대모, 비취조, 앵무새 등 동물도 해상실크로드의 주요 교역품이었다. 향과 같이 불교적으로 중요한 물질, 사리와 향목처럼 신성과 직결되는 것이 포함된다. 불교 자체는 인도에서 시작됐으나 물질을 통한 불교의 대중화에는 동남아를 통한 바닷길 교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크로드는 물품을 사고팔기 위해 개척한 길이면서 동시에 문화가 오고가는 문명의 교차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