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GHQ 점령기 일본이 어떠한 형태의 재일조선인 정책을 시행했는지를 조명하는 것이다. 이는 재일조선인 문제를 ‘특수한 외국인’ 신분으로 규정한 GHQ의 재일외국인 정책에서 기인된 ‘의도적 방치’라고 하는 입장과 맥락을 같이했다. 여기에서 ‘의도적 방치’는 당시 일본의 재일조선인 정책에 대한 전체상을 설명하는 개념적 도구로써 GHQ에게 절대적 존재였던 미국정부의 전후처리 정책이 어디에 방점을 두고 진행되었는지를 실증적으로 재조명하는 지표이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재일조선인 문제가 한일, 한미, 미일 즉 한미일 3자 간의 역학관계에서 표출된 GHQ 점령기 일본의 전후처리 정책을 돌아 볼 수 있는 중요한 재료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국무부·육군·해군 3성 조정위원회(SWNCC)에 의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난민정책의 전반을 설계한 GHQ의 민정가이드 재일외국인 정책은 일본이 자의적 이중 잣대로 재일조선인 정책을 수립하는 기반을 제공했다. 그 결과 일본은 재일조선인을 ‘특수한 외국인’이라는 항목으로 기술하고 일반적 연합국민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정부가 자국민의 보호를 우선시하였기 때문에 많은 재일조선인을 형식적으로 ‘특수한 외국인’ 신분으로 다루었지만 실질적으로 ‘무국적’으로 취급했다. 이처럼 재일조선인의 문제는 ‘재일난민’의 범위를 뛰어 넘어, ‘재일성’ 형성의 중대한 영향, GHQ 점령기 동북아 지역의 구조적 역학관계에서 파생된 냉전의 기원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