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의 재무정보가 부실공시된 경우 이사는 자본시장법, 상법, 또는 민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나 ‘상당한 주의’를 다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러한 항변사유로서의 ‘상당한 주의’의 구체적 의미는 현재의 입법과 판례상으로는 불분명하고, 따라서 이사, 특히 사외이사의 행위규범도 분명하지 않다. 유의미한 이사의 행위규범을 제시하려면 적어도 전문가인 외부감사인이 감사 또는 검토한 재무제표에 관하여는 그에 대한 이사들의 신뢰를 원칙적으로 보호하는 합리적 신뢰 기준을 채택함이 타당할 것이다. 즉 전문가 담당부분에 관하여 허위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없었고 그렇게 믿지도 않았다면 ‘상당한 주의’ 항변이 성립되고, 허위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때에(즉 이상 정황이 있는 때에) 비로소 추가적인 조치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상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 예컨대 경영진이나 외부감사인의 신뢰성에 의문이 발생한 경우, 재무제표의 외관 자체에서 합리적 의심이 발행한 경우 등에는 단순한 신뢰를 넘어선 추가적 질문 또는 자료요구 등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증권법과 바크리스(BarChris) 판결이 채택하기도 한 이러한 접근방식이 엄격책임을 묻는 것보다 오히려 성실한 공시와 이사회의 감시활동을 촉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