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해역에서 발견 및 발굴되고 있는 수중문화유산은 대부분 고대부터 근대의 침몰선에서 출수되는 유물들이다. 국내 학계에서는 아직까지 동남아시아의 수중고고학과 수중문화유산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진한 편이지만, 2000년대 이후 국제 학계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논의가 진전되어 왔다. 이 논문에서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6개국의 주요 침몰선 발굴 및 출수 유물의 현황을 살펴보고, 각국별 수중문화유산 연구 및 특징들을 개괄적으로 고찰하였다.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출수되는 수중문화유산은 대부분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무역선들에 선적된 화물로서, 상당수가 중국, 혹은 동남아시아산 도자기이다. 이러한 수중 출수 도자기들에 대한 연구는 도자사 분야에서 일부 진행되긴 했지만, 수중문화유산의 발굴과 보호 측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연안에서 9-10세기경의 벨리퉁 침몰선, 치레본 침몰선 등 다양한 고선박들이 발굴되면서, 국제 학계에서는 고대 동남아시아 해역의 수중문화유산과 항로 개척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태국은 가장 먼저 자국 수역의 수중문화유산 탐사와 발굴에 국가적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했으며, 출수 유물들은 모두 국가에서 소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가에서 수중문화유산의 발굴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출수된 유물을 모두 국가 소유로 귀속시키는 나라는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과 브루나이 뿐이다. 한편,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해역의 수중문화유산들은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국가 기관의 감독 아래에서 사립 인양기관, 혹은 외국 기관이 협력하여 발굴을 진행한 후, 발굴된 유물은 국가와 발굴 기관이 일정 비율로 나누어 가진다. 이때, 발굴 기관에서 할당받은 수중문화유산은 옥션 등을 통해서 외국으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수중 발굴권을 정부로부터 획득한 사립 인양기관이 수중 발굴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발굴된 유물 중 일부를 정부에 귀속시키고 대부분의 유물은 발굴권을 획득한 인양기관이 소유하게 된다.
이상과 같은 국가별 해양 및 수중문화유산의 배분 정책 차이에 따라, 발굴된 수중문화유산의 보호 및 학술적 연구는 상당한 수준차이가 있다. 아직까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수중문화유산 보호 정책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진한 편이며,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출수되는 수중문화유산은 역사 기록과는 다른 생생한 동서문화교류의 흔적을 보여주는 물질문화적 자료로서 동서문화 교류 연구 및 폭넓은 역사 연구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이러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수중고고학과 수중문화유산의 보호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폭넓은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