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정교 분리’의 원칙과 국가와 종교 관계의 실제, 그리고 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해 논의한다. 먼저 정교 분리론에 관련된 일반적인 쟁점들을 살펴 보고 한국에서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정교 분리는 종교와 정치의 각자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고 국가가 종교적 중립을 지키며 종교가 국가권력에 직접 개입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국가든 아니든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활동 배제를 추가할 수 있다. 이 원칙이 종교와 국가/정치 둘 사이의 상호 작용이나 상호 개입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윤리적이나 사회적으로도 옳지 않다. 종교의 정치 참여는 정교 분리와 모순되지 않는다. 실상 정교 분리론은 그 자체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실제로 정교 분리론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 종교는 국가의 능동적인 지원에 힘 입어 성장했다. 특히 개신교의 경우가 이런 점에서 두드러진다. 지원책으로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으며, 예수나 석가모니 탄생일에 대한 공휴일 지정 등을 부수적으로 들 수 있다. 또 종교 통제 정책으로는 물리적 탄압이나 보조금 배분을 통한 통제 등을 들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종교간 형평성을 공식적으로 표방해 왔지만, 경우에 따라 특정 종교에 편향된 정책을 펼쳐서 다른 종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또 정부는 종교를 자신의 정당성 고취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한국에서 국가와 종교계의 관계는 협조와 긴장 관계의 다양한 조합을 이루어왔다. 다른 한편 종교계는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었다. 민주화 투쟁에 동참하거나 반공, 친미 노선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각 종교 단체들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 참여를 해 왔다.
어떤 차원, 어떤 형태이든 종교의 정치 참여는 궁극적으로 종교가 지향하는 선한 세계를 이 땅에 실현함을 목표로 삼아 평화와 인권 신장과 사람다운 삶의 보장에 기여해야 한다. 이는 종교의 원래 목적 또는 고유한 기능 중 하나이며 정치적 외도가 아니다. 정교 분리와 종교의 정치 참여는 모순이 아니다. 양립 가능하다. 어떤 방식의 정치 참여인지가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