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2012. 11. 29. 선고 2010다93790 판결에서 가격담합 불법행위책임에서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을 전가된 손해와 담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들어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그 대신 법관의 재량에 의한 손해액 감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법도그마틱적으로도 법정책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법도그마틱적으로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이 손익상계에 해당하고,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근거가 없으며, 굳이 이를 부정하고자 하였다면 규범목적을 근거로 삼아야 했다. 손익상계를 부정한 다음 바로 그 사유를 들어 법관의 재량에 의한 손해액 경감을 시도한 것도 논리적 모순이다. 법정책적 내지 법경제학적으로도 직접피해자에게 초과배상을 해주고 간접피해자의 청구를 부정하는 것은 전보에 반할 뿐 아니라, Landes와 R.A. Posner의 저명한 연구 결과와 달리, 억지에도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하기 어렵다. 손해전가의 항변을 부정하려고 하는 미국 및 -미국의 영향을 받은- 유럽 경쟁법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Hanover Shoe 및 Illinois Brick 사건 판결과 Landes와 R. A. Posner의 법경제학적 분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아니할 뿐 아니라, 근래 EU의 녹서(綠書)와 EU 회원국 국내법원은 오히려 간접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와 직접 피해자의 손해전가의 항변 모두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ORWI판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법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감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