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부터 실체법상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가 체계적인 증명곤란 상태에 있을 때 법관이 당사자 일방의 증명곤란과 상대방의 증명가능성에 터 잡아 증명책임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주장되어왔다. 이러한 이른바 위험영역설은 임차 목적물 멸실에 대한 임차인의 책임과 제조물책임에 관한 우리 판례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들 판례는 증명책임배분의 근거로 무엇보다도 증명곤란과 일방이 증명대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증명책임의 배분을 정하는 여러 고려요소를 아무런 근거 없이 증명곤란과 증거와의 거리로 축소시키고 사실상 실체법의 책임요건을 변경한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이들 판례에서 증명책임 전환이 인정된 경우는 (증거법상) 위험영역관념보다는 오히려 – 그 자체 실체법의 문제인 - 증거법적 보증책임 관념에 의하여 적절하게 뒷받침될 수 있다. 이 점은 앞의 두 경우보다 더욱 전적으로 의료인의 위험영역에 있는 의료과오책임에서 증명책임 전환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까닭도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