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공공성(publicity), 공론(public opinion) 등은 서양근대 부르주아 시민사회의 형성 및 민주정의 발달과 관련된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갖는 용어다. 역사적 맥락이 다르고 사용된 철학 개념이 다르지만, 동양의 유교사회에도 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가령 조선건국 초기부터 공론을 중시하면서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을 정치인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초기 士大夫들이 생각한 공공성은 天理 혹은 天道라는 형이상학적 가치를 전제한 것으로 특별한 수양을 거친 소수의 지식인 관료만이 깨닫고 실현할 수 있는 이상을 의미했다. 더구나 개인의 사적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天理라는 공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조선후기에 오면 사회구성원 모두의 선천적 욕망, 즉 생리적·이성적 욕구와 재화 및 이윤추구의 경제적 욕망에 주목하면서, 이런 공통된 욕망을 광범위하게 실현하는 것을 공적 가치로 강조하게 된다. 이익과 심대윤이 私와 利, 欲 개념에 주목하면서, 천하 사람의 사적이지만 보편적인 욕망과 이익을 폭넓게 실현하는 것을 공적 가치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덕주의적 관점이 강한 정약용조차 인간의 본성을 嗜好라는 욕구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유교 지식인들은 利와 欲을 강조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함께 이익을 누리고 함께 욕망을 충족하는 '天下同利'만을 '公利'로 인정했고, 홀로 자신의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私'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익이란 타인을 기다려서 발생하는 것인데 홀로 이익을 독차지하면 결국 자기 이익마저 소멸된다고 이해한 것이다. 이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타인과 이익을 공유하고 욕망을 공정하게 함께 실현하는 것을 公으로 보고, 이런 사회를 공적 사회로 인정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함께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공공성 문제에 주목한다면, 유교 지식인들의 이러한 관점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