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치학자의 삶에 대한 평전적 고찰을 통해서 20세기 전반 중국 정치학의 존재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는 20세기 전반 현대 중국정치학의 초창기 세대를 대표할 만한 정치학자 세 사람, 즉 장시루오(張奚若), 첸두안성(錢端升), 그리고 루오롱지(羅隆基)의 학문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적인 삶을 고찰하려고 한다. 이들 세 사람은 다 같이 학문의 세계와 정치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인생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들 간에는 학문과 정치를 연관시키는 삶의 방식 즉 추구한 정치적 가치와 노선 그리고 정치참여의 태도에 있어서 다소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러한 차이는 학문적 배경과 정치참여의 동기 그리고 개인적 성향의 차이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장시루오의 경우는 학문자유의 입장을 견지하는 '계몽적 아카데미즘'의 한계를 지키면서 정치참여는 무당파의 입장으로 일관하는 '체제 순응형' 태도를 보였다. 첸두안성은 '비판적 아카데미즘'의 입장 때문에 정치에 관여되었지만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체제 비판형' 참여 태도를 보였다. 루오롱지는 '변혁적 아카데미즘'의 입장에서 정치참여 방식도 기존 당파들과 다른 독자적인 중간노선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체제 창조형'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