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형사책임에 대한 실정법상 판단기준을 살펴보고, 정신의학 혹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정신분열증에 관련된 논의를 정리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정신분열증과 관련된 형사판례들을 분석하여 법원의 판례가 정당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도출하려고 하였다.
정신분열증은 현재 국제질병분류 제10개정판(ICD-10)과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서 정신장애로 분류하여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은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와해된 행동, 긴장증적 운동행동, 음성증상 등 일반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증상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특히 범죄와 연결된다면 범죄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우리 형법은 책임주의에 부합하기 위하여 책임능력을 판단하는데 혼합적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법관은 먼저 전문가의 감정을 기초로 하여 생물학적 요소인 심신장애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이러한 심신장애가 행위자의 심리적 측면에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의 결여로 이어졌는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법률의 해석론을 통해 정신장애의 개념을 파악하기 때문에 관점의 차이에 따라 정신장애의 범주가 중복되게 분류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정신장애범죄자의 형사책임판단에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비난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법원이 판결한 정신분열증 범죄자에 대한 판례 27건을 분석한 바에 의하면 심신 미약 인정 9건, 심신상실 인정 7건, 재심리 필요 3건, 심신상실 배척 2건, 심신장애 배척 2건, 기타 4건의 순으로 나타나 정신분열증에 대하여 법원은 한정책임능력이나 책임무능력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이해된다.
판례분석 결과 법원은 심신장애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전문가의 감정결과를 충실하게 반영하기 보다는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정신의학 용어들을 오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법원은 심신장애자와 심신장애를 명확하게 개념적으로 구분하여야 하고,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학적 요소를 이원화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학영역과 정신의학 혹은 심리학 영역의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