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대구 지하철 사고의 발발과 전개를 다룬 김태윤(2005; 대구지하철참사)의 후속편으로서, 사고발생 후 대응 및 복구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사례연구이다.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많은 결정자들의 생각과 판단을 나름대로 정교하고 현실감 있게 기술함으로써, 당시 재난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도출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이 미흡하나마 현재도 다소간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대구지하철참사를 겪고 대폭 변경되었다는) 소위 현행의 재난관리시스템에서 사고 당시의 재난관리시스템과 특별히 차별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본 사례연구는 전편과 동일하게 소설적인 구성을 채택하였다. 즉 관계되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화자로 등장하면서 장면과 장면이 중첩되게 구성되어, 대형재난 현장과 그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관련인들의 심리와 인지의 흐름을 복합적으로 배열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현실감을 높이는 동시에, 현상에 대한 종합적인 관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대형재난사고의 전개과정에서 발견되는 객관적인 사실들은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잘 이해되지도 않는다는데 있다. 특히 주요 관련자들이 형사적 공판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소위 "진실"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본 사례가 소설적 구성을 채택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객관적 진실의 부재내지는 자료의 한계에 대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본 사례연구는 허구적 내용과 구성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모순적인 접근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객관성과 타당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거의 대부분의 문제의식은 전적으로 기존의 문헌에 입각하여 도출하였으며, 스토리의 매우 제한된 부분에서만 저자의 상상에 입각한 허구적 기술을 채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