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공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주로 언론 등 정보미디어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미디어의 수용환경, 즉 아파트 같은 거주 체제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엄격한 학문 분업체제로 인해 주(住)의 문제를 커뮤니케이션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데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했다. 그간 연구 대상을 주로 정보미디어에 국한시켜 온 언론사·커뮤니케이션사 연구가 '미디어 생태학'의 거시적 관점을 포용한다면, 모든 광의의 미디어가 언론사·커뮤니케이션사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연구 소재의 중복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언론·커뮤니케이션학의 새로운 비전을 위해서도 요청되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본 연구는 그런 문제의식하에 아파트가 공공커뮤니케이션과 공동체 문화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한국에서 아파트의 미디어 기능은 1) 포드주의적 효율성 전파, 2) 공동체 의식 약화, 3) 지위 구별짓기 강화, 4) 여론의 쏠림과 불안정, 5) 공동체의 이익집단화 등 5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본 연구는 반세기에 걸친 한국 아파트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위와 같은 5가지 기능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분석·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