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례연구를 통해 17세기 사족 문중 형성의 과정과 특징, 그리고 이에 작용한 요인을 살펴본 것이다. 사례는 논산 지역의 파평윤씨 노종파 문중이다. 노종파 문중은 16세기에 처가 재산 상속의 과정에서 입향한 파평윤씨 윤돈과 그의 아들 윤창세의 후손으로 구성된 문중이다. 이 문중은 17세기 중엽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후반에 가면 좀 더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문중 형성의 시발점이 된 것은 종손인 윤순거가 1645년에 만든 「종약(宗約)」이다. 「종약」은 조상제사와 아동 교육, 그리고 이 둘을 위한 재원의 확보와 관리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이 세 부분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종약」의 내용은 윤순거와 사촌 형제들의 학문적 성장 배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17세기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에도 「종약」은 문중 결속의 이론적, 방법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17세기 문중의 형성은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변화, 즉 가족제도 및 상속제의 변화와 성리학의 발전, 사족집단의 광범위한 형성과 활동 확대, 그리고 전란으로 인한 전답의 황폐화라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족집단의 단위가족은 경제적 상황의 악화를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데, 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대응의 결과가 친족집단 결속의 한 형태인 문중의 형성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