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은 새롭게 형성된 국제 사회로의 복귀라는 동일한 과제를 가지고 전후를 맞이하였다. 전후 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재등장하여, 아시아와 유럽 내 중요 국가로 발돋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지역 내 위상과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독일이 자국의 과오를 인정하고 유럽 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계속되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대립으로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양국은 그들의 과거사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와 인식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차이가 양국의 전후처리 과정의 차이에서 나타났음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전후질서 수립 초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파하며, Kegley and Wittkopf의 '깔때기 모델'과 강대국 수에 의한 약소국 지배 전략을 사용하여 이를 설명하였다. 미국은 전략적, 경제적, 지정학적 이유로 독일과 일본을 지역거점국가로 설정하여 유럽에서는 다자주의를, 아시아에서는 양자주의를 채택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이 독일과 일본의 전범처리와 국가간 배상에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되었고, 이것은 오늘날 사람들의 인식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