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다산이 바라본 당시대의 시대인식과 그에 따른 정치철학적 기반을 君臣觀을 중심으로 살펴본 글이다. 기왕의 논문들에서 다루고 있는 다산의 정치철학적 중심주제는, 즉 『尙書』에 등장하는 '知人'과 '安民'을 중심으로 한 군주론이다. 이러한 연구성과들이 비록 다산 사상의 정치철학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산의 사유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臣權'을 소략하게 다루거나 제거함으로써 다산의 '본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君-臣-民의 3단계로 이어지는 다산의 정치구도를 君-臣民의 2단계로 설정'하면서 다산의 사상을 '군주독재의 왕권 중심적 패러다임'으로 이해하는 것(老論의 臣權강화에 대응하는 南人의 君權강화)은 '신권'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려는 다산의 '의도'와 논의의 '본위'를 자칫 벗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다산의 정치철학적 기반은 '有爲'의 君主觀과 '知命'의 臣下觀으로 살펴보아야 마땅함을 밝혔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먼저, 기왕의 연구들이 다산의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本'과 '末'의 관계인 '修己'와 '治人'을 연속적으로 연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분화하여 연구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둘째, 다산의 사유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上帝'이고, 상제가 인간에게 명령하는 '天命'사상은 다산의 사유체계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지점임을 밝혔다. 다산에게 있어 심신론이건 국가론이건 간에 '상제'와 '천명'은 인간과 국가를 매개하는 중요한 사상적 토대이다. 상제의 명령은 '嗜好'로서의 '性'으로 인간에게 부여되어 있는 동시에 '在位'로서의 '命'으로도 인간에게 부여되었다. 이는 상제 아래에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도덕적' 본성인 동시에 상제를 기점으로 하는 세계에서의 '정치적' 본성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본성에 입각하여 다산에게 있어서는 '군권'뿐만 아니라 '신권' 또한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마땅함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