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인성론은 형이상학화된 주희의 본연지성·기질지성 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20대부터 만물에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된 주희의 본연지성 개념을 비판했다. 그리고 개체마다 다르게 부여된 도의지성과 기질지성에 관한 논의를 새롭게 주장한다. 한편 유배기를 거치면서 다산은 보다 엄격하게 '본연'이란 개념을 비판했는데, 불교로부터 유래한 이 용어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영원히 존재해야만 하고, 악의 원인 역시 순선(純善)한 본연지성이 아닌 육체의 기질(氣質)로만 돌리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의식한 정약용은, 이제 자신이 제안한 도의지성마저도 넘어서면서, 최종적으로 '천명지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것은 천명지성이야말로 공경하고 두려워해야할 절대적 천명(天命)이란 의미와 자기 마음속에 내재된 도덕욕구로서의 성(性)의 의미를 동시에 갖춘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다산이 주희의 본연지성, 그리고 자신의 도의지성을 넘어 어떻게 천명지성이란 개념에까지 이르게 되는지 그 사유의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