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생태예술에서 매체의 선택이 관람자들의 생태학적 인식의 변화와 행동을 유도한다는 아만다 보에츠케츠(Amanda Boetzkes)의 주장을 바탕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생태예술의 매체 중요성과 그 사용에 대한 연구를 논문의 주요 목적으로 한다. 매체 연구는 자연물에 대한 최소한의 개입, 늘어난 인공물에 대한 반성과 재생을 통한 업사이클, 인공생태경관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참여와 학제적 연구를 통한 포스트 생태 매체의 개발 등을 중심으로 나누어 조명하였다.
생태예술은 내용과 매체, 형태 모두가 생태 윤리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고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과 생태계의 관계를 탐구하며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여 인간 중심적인 접근을 변화시키는 예술 형식이다. 본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생태예술이 자연환경을 예술작품의 일부로 바라보는 대지예술, 인간과 자연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자연관에 머무른 환경예술, 그리고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개입으로 소극적 생태주의 범주 안에 머무른 자연예술로 확장되어 가면서 각 사조의 단점을 보완하여 오늘날의 생태예술로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생태예술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매체가 관람자의 다중 감각적 상호작용을 일으켜 그들의 지속가능한 실천을 촉진한다고 한다는 제인 베넷(Jane Bennet, 1957~)의 '환경 유물론(Environmental Materialism)'을 근거로 생태예술 매체를 그 목적에 따라 자연물, 인공물, 지속가능성을 위한 순환적 재생의 업사이클, 인공생태경관을 위한 매체 등으로 분류하였다. 자연물과 인공물 매체는 특정한 시공간적 특성에 따라 표현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찰하였다. 또한, 자연물은 식물과 광물 및 물 매체를 통해 생태계의 순환성이나 삶과 죽음, 또는 오염 등을 표현하여 조화로운 생태 시스템을 강조하고 관람자와 자연의 교감을 강조하는 매체임을 알 수 있었다. 인공물은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환경을 상징 및 은유하는 매체로써 그 종류로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 인공 매체인 플라스틱과 도시속 폐허의 공간을 상징하고 기록하여 아카이브로 남기기 위한 매체가 있다.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표현 수단으로써의 업사이클 매체는 오늘날 생태예술가에게 빈번하게 선택되고 있다. 그 이유는 폐전자·가구 제품이나 폐유리, 커피박 폐기물 매체의 창조적인 순환적 재생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이루는 예술적 실천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앞서 열거한 모든 매체들이 혼재된 인공생태경관을 위한 매체에 대해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의 주름이론(Pli)에 근거하여 설명하였다. 자연물과 인공물 매체가 어우러져 다양한 매체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인공생태경관과 관련하여 질 들뢰즈의 이론은 이들 매체가 지닌 잠재적 가능성을 통해 본인 작업의 환경적 메시지 전달에 활용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본 연구의 선행작가로서 제시하고자 하는 헬렌 & 뉴턴 해리슨(H.M & N. Harrison)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생태예술 프로젝트를 시도한 선구자로 외래종의 개입과 번식으로 토착종의 공간을 잠식해 변해가는 자연을 기록하고 전시장에서 인공물 기록 매체인 사진과 생태시(Ecopoerty)를 통해 인공생태경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음으로, 볼프강 라이프(Wolfgang Laib)는 자연물 매체의 시공간적 특징인 성장과 순환·반복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었다는 동양사상과 종교관을 연결지어 표현해낸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인공의 전시공간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동시대성을 가진 인공물 매체를 사용하여 안개와 바람, 빛, 온도 및 습도 등을 관람자들이 사실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정재철은 전국의 해안가에서 수거된 해양 폐기물을 활용하여 전시장에 설치 작품을 만들고, 해양 폐기물의 이동 경로를 현장 답사한 후, 이를 지도에 표기한 루트맵 드로잉과 사진 및 영상의 기록 매체를 통해 자연과 인류세의 역사를 재현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재생산과 창조의 주체로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생태예술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연구자 작품 분석에서는 '인공생태경관(Artificial Ecological Viewscape)'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회화 프로젝트와 설치 프로젝트로 나누어 작품을 분석하였다. 우선적으로 진행해 온 회화작품은 연구자의 생태예술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었으며, 회화작품 속의 다양한 색감과 이미지 및 상징과 은유 등이 인공생태경관의 입체적인 설치 작품으로 확장되어 작품이 내포하는 생태주의적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설치 프로젝트는 시간성, 장소성, 조형성, 지속가능성의 매체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 해양 폐기물, 제2의 자연물, 가구와 생활용품 등의 인공물, 문화 생태를 보여주는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 다양한 공산품들,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고가구와 악기, 행위 예술자와의 협업 등, 자연물과 인공물 및 업사이클 매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조합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자는 인공과 자연이 한 시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인공생태경관을 표현해냈다. 그리고 관람자가 생태학적 메시지를 이해하고 공감해나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매체의 효과를 바탕으로 관람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생태예술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오늘날의 미술계에서 연구자는 사회, 과학, 문화적 변화에 대응하며 변화해 가고, 동시대 매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가며 생태 미학적 실천과 변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