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이야기 콘텐츠가 산업화되는 현시대에 텍스트 자체뿐만 아니라 미디어 변화와 향유자의 영향력이 이야기의 전개 방향에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따라서 기존 텍스트 친화적인 전통적 각색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보다 확장된 접근 방법론으로 트랜스미디어(Transmedia)를 제시한다. 로저 피들러(Roger F. Fidler)는 인류의 공동 진화와 함께 언어가 다양화 되고 디지털 언어가 주류 커뮤니케이션 코드로 작용한다고 언급했고,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독자나 관객이 아닌 주권을 가진 향유자로 변화한 팬덤이 주체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제작되고 있는 각색 작품들에 대한 분석이 텍스트 중심적 관점에서 진행되어 원작과 각색 작품 사이의 위계질서를 강화하는데 편향되고, 텍스트 외부의 향유자 참여를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전통적 각색 이론의 한계를 방증한다. 따라서 변화한 각색 양태와 참여문화의 형태를 아우르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며, 이를 보완하는 트랜스미디어 이론은 기존에 창작된 문학 작품을 원작 텍스트의 유동성과 향유자의 참여문화, 그리고 각색 작품 사이의 네트워크 구조와 변형 및 확장되는 스토리월드의 운동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론이 될 것이다.
연구 대상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597)은 4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상당수의 각색 작품 데이터를 구축했으며, 이 과정에 셰익스피어라는 작가와 작품 텍스트, 각색 작품의 감독과 배우를 포함한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각색 작품 제작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각 방면의 팬덤은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향유하는 동시에 해당 작품의 세계관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재정의하는 2차 창작, 즉 참여형 각색의 과정을 거쳐 왔으며 이는 공유된 세계성을 기반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월드, 나아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파생되어 독립적인 원작의 지위를 갖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57-2021)의 스토리월드가 끊임없이 변형되고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논문에서 원형서사의 역할, 향유자 참여, 각색 작품 네트워크, 그리고 스토리월드의 확장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과 각색 작품들을 트랜스미디어로 분석하는 것은 고전 문학의 스토리월드가 여전히 꾸준하게 확장되고 변형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이는 기존의 각색 이론의 한계를 보완하는 트랜스미디어로 인문학을 바라보는 실험적 시도가 될 것이며, 동시에 트랜스미디어 현상을 21세기의 전유물로만 간주하는데 안주하여 과거의 정전을 묵과하는 현황을 경계하면서 트랜스미디어 연구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색 이론으로만 접근했던 셰익스피어 문학을 트랜스미디어로 분석하여 산업화되는 미디어 시대의 셰익스피어 각색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실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