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암은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질병으로, 2020년에만 1900만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2024년까지 빠르게 증가하여 2800만명의 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에 빠르게 증가하는 암환자 수에 맞춰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과 약물 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현재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요법, 화학적 치료 요법, 표적 치료 요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정상 조직에 대한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환자의 심리적 부담감, 잠재적 면역원성 등의 문제가 존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기존 치료법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으로써 주목한 것은 광역학적 치료법 (Photodynamic therapy, PDT)으로, 이는 광화학 요법을 기반으로 한 치료법 중 하나이다. 광역학적 치료법은 감광제 (Photosensitizer, PS), 빛, 산소 세가지로 구성되며, 빛에 의해 활성화된 감광제가 주변 산소를 이용해 활성산소종 (Reactive oxygen species, ROS)을 생성함으로써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광역학적 치료법은 기존 치료법에 비해 덜 침습적이며, 국소적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에 대한 독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광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빛의 제한적인 조직투과력으로 인해 다양한 부위에 적용이 불가능하며, 화학적 감광제의 낮은 생분해성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광역학적 치료의 핵심인 활성산소종은 매우 짧은 반감기( <40 ns)와 확산 거리(< 20 nm)를 갖기 때문에 세포 사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축적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기질에 의해 방출된 생물 발광 에너지가 근접한 단백질로 전달되는 현상인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Biolumin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BRET) 현상을 이용하고자 하였다. 빛 에너지 공여체로써 레닐라 루시퍼레이즈 8.6 (Renilla luciferase 8.6, Rluc 8.6)과 전달된 빛에 의해 활성화 되어 활성산소종을 생성하는 킬러레드 (KillerRed, KR) 단백질을 이용하여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이렇게 구성된 시스템은 레닐라 루시퍼레이즈 8.6의 기질인 코엘렌테라진-에이치 (Coelenterazine-h, Co-h)에 의해 방출된 생물 발광 에너지를 흡수한 킬러레드가 활성산소종을 생성함으로써 세포 사멸을 유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 시스템에 의해 유도된 광역학적 치료 효과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세포 국소화 전략을 이용함으로써 활성산소종의 충분한 축적을 이루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시미안 바이러스 40 핵 국소화 신호 서열 (Simian virus 40 nuclear localization signal, SV40 NLS)을 구성된 시스템의 N 말단에, CD44 막 관통 도메인 또는 종양 괴사 인자 수용체 1 (Tumor necrosis factor receptor 1, TNFR1) 막 관통 도메인을 구성된 시스템의 C 말단에 도입함으로써 핵 또는 세포막 국소화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이렇게 구성된 시스템을 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해 플라스미드를 이용하였다. 플라스미드는 서열 첨가가 쉬워 세포 내 국소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용이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플라스미드 전달을 위한 비바이러스 벡터 리포펙타민 2000과 비바이러스 벡터의 부족한 전달 효율을 보완하기 위해 핵 국소화 신호 서열과 세포 투과 서열이 융합된 S-R 펩타이드를 이용하였으며, 발현된 킬러레드 단백질의 형광 강도를 측정함으로써 플라스미드 및 S-R 펩타이드의 농도를 최적화하였다.
먼저, 레닐라 루시퍼레이즈 8.6-킬러레드 시스템(pB) 에서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질 처리 후 킬러레드의 형광을 측정하였다. 기질을 처리하지 않은 실험군에 비해 기질이 처리된 실험군에서 킬러레드의 형광이 증가하였으며, 이를 통해 레닐라 루시퍼레이즈 8.6-킬러레드 시스템에서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레닐라 루시퍼 레이즈 8.6-킬러레드 시스템이 발현된 마우스 흑색종 세포에 75 μM의 기질을 처리했을 때 12%p 의 세포 생존률이 감소하였으며, 시스템이 발현되지 않은 세포에서는 코-에이치를 처리하였을 때 세포 생존율의 유의미한 감소는 확인되지 않은 것을 통해 생물 발광 공명 에너지 전달 현상에 의한 세포 성장 억제가 유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핵 국소화 시스템인 pN-B와 세포막 국소화 시스템인 pB-M1과 pB-M2를 구축하기 위해 클로닝을 진행하였으며, 전기영동과 시퀀싱을 통해 플라스미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형광 현미경 관찰을 통해 구축된 각 시스템들의 세포 내 국소화가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였다. 기존의 레닐라 루시퍼레이즈-킬러레드 시스템의 경우, 세포 내 특정 위치에 국소화 되지 않고 세포질에 분포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pN-B는 핵 내부에, pB-M1과 pB-M2는 세포막에 국소화 된 것을 확인했다. 이후 세포 생존율 측정 통해 75 μM의 기질을 처리 후 각 시스템의 세포 성장 억제 효과를 비교하였을 때, pB는 12%p, pN-B는 5%p, pB-M1은 68%p, pB-M2는 41%p 만큼 세포 생존률이 감소하였으며, pB-M1의 세포 성장 억제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을 확인했다.
pB-M1에 대하여 기질의 농도를 0 μM에서 200 μM까지 증가시켜 처리한 후 세포 생존률을 측정했을 때,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세포 생존률이 감소하여, 200 μM의 기질 농도에서 85%p 만큼 감소했다. 이후 100 μM의 기질을 처리한 후 세포 사멸 분석을 하였을 때, 51.71%가 괴사 또는 후기 세포자멸사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또한 in vivo 실험을 통해 pB-M1의 생물발광 공명 에너지 현상에 의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헤마톡실린&에오신 염색을 통해 식염수와 기질을 처리한 조직을 분석하였을 때, 조직학적인 차이가 보이지 않음을 확인함으로써 기질의 안전성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외부 광원에 비의존적이면서, 높은 생체적합성과 생분해성을 가진 레닐라 루시퍼레이즈 8.6-킬러레드 단백질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기존 화학적 감광제가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였으며, 세포 내 국소화를 통해 향상된 세포 사멸 효과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은 유망한 광역학적 암 치료법으로써 고려되어질 것으로 기대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