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형상의 군집과 중첩을 통하여 욕망과 소외를 표현한 회화작품을 탐구한다.
연구자는 2010년 14살 무렵 갑자기 찾아온 심장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제약을 느끼며 낯선 소외감을 경험했다. 오랜 기간 동안 이전까지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해 온 생각과 행위들이 파기되고 재정립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감정 상태에 대해 돌아보는 변곡(變曲)을 경험했다.
그 사유(思惟)의 시간을 통해 연구자가 가진 여러 욕망과 그 욕망의 좌절로 인해 겪게 된 소외, 소통 오류, 무관심, 경제적 압박, 불평등과 부조리 등이 단순히 개인적인 맥락에서 보편적인 범주로 확장되면서 그것이 작품 제작의 배경이 되었다.
연구자는 소망하지만 의지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상태를 욕망으로, 그리고 그 욕망이 좌절됨으로 인하여 충족되지 못해 발생한 극심한 감정을 소외로 정의하고 이것을 그저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욕망과 소외라는 정서적 작용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작품의 주제로 삼게 되었다. 연구자는 욕망과 소외의 경험자이자 관찰자의 입장에서 존재들을 탐사한다.
작품 속 형상은 주로 다채도(多彩度)로 중첩되어 군집(群集)을 형성한다. 중첩되고 군집된 형상들은 다양한 자세와 체형, 우의적 이미지, 채도와 색상 변화 등의 시각적 장치를 활용하여 제시된다. 이러한 표현성은 건조하고 냉정한 사회 속 각양각색의 욕망과 소외에 대한 비유적인 상징성을 드러낸다.
작품 속 형상의 윤곽은 연구자 자신인 동시에 타인이며, 인간의 다면성을 드러내는 시각성이다. 이러한 효과는 다원적(多元的) 성질을 지닌 불확실한 인간에 대한 해석이다. 각자의 동일한 경험에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욕망과 소외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연구자는 작품을 동일한 형상과 다양한 채도로 변주(變奏)한다. 희미하게 중첩시켜 무기력한 느낌을 표출하는 동시에 겹칠수록 풍부해지는 채도와 색상으로 변환시켜 시각적 풍미(視覺的風味)를 추출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에서 연구자는 개성적 욕망을 충족하지 못한 채 군집에 속해 평범하게 살아가는듯하지만 결국 서로가 진정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소외된 익명적 존재들에 대한 감상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이어폰, 아이스크림, 구두, 우산 등의 형태는 좌절된 욕망들로 비유된다. 연구자는 귀를 막고 소통하지 않는 사람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대비되는 동시에 중첩되어 한데 얽혀 있는 모습을 통해 세상을 느낀 감상을 캔버스(Canvas)에 담는다.
이어폰은 소통의 불능과 무관심을, 아이스크림은 경쟁을, 구두는 계층을, 우산은 이기심을 표상(標象, Symbolize)하여 연구자가 바라본 사회의 차가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욕망과 소외는 배치(背馳)되는 관계성을 갖는다. 즉 욕망이 충족될수록 소외는 줄어들고, 충족되지 못한 욕망일 때 소외는 깊고 짙어진다. 욕망은 본래 무한하기에 온전히 충족되기란 불가능하여 이 인과성도 무한히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욕망은 소외를 부르고, 소외는 욕망의 지표로서 해석될 수 있다. 연구자는 작품을 통해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욕망과 소외의 인과를 보여주고자 한다.
연구자에게 회화 작업이란 경험을 토대로 들여다 본 내면의 욕망과, 그것이 훼손되고 충족되지 못하였을 때 발생하게 되는 소외에 대한 탐구임과 동시에 세상 속 보편적인 욕망과 소외에 대한 관찰이자 이해의 과정이다.
연구자는 자신이 경험한 상황과 감정에 대한 개인적인 사유를 외부로 확장하여 시각화하는 작업 행위를 통하여 좌절된 욕망과 소외에 대해 공감하고, 연구 작품이 욕망과 소외가 보여주는 형태와 그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