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화려하고 발전된 도시 문명에 살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익명성으로 인하여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사는 현대인들의 부정적인 문제점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도시 이미지의 가식성에 관해서 연구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술로 표현방법 등을 정리함으로써, 연구자만의 독창적인 회화적 언어로 표현 방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21세기 현대의 도시는 새로운 디지털 문명의 도시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특히 지능화된 스마트폰의 편리한 서비스로 인하여 스마트폰은 우리의 모든 삶을 지배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도구가 되었다. 아동에서 성인까지의 모든 연령대가 스마트폰에 몰입되어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은 편리한 기계 문명에 종속되어 그 정체성을 잃어가며 개인주의화 경향이 되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사회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관찰하고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특성들을 미술 언어로 제시하였다.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들은 익명성(匿名性)에 중독되고 있다. 익명성(匿名性)이란 자신의 정보를 몰래 숨기고 누군가에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정보가 남들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그로 인해 투사, 자기합리화, 퇴행, 부정 등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방어기제란 불안, 불리한 상황에 자기가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무의식적인 심리 전략 방법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인본주의 사상을 중시하는 칼 로저스는 모든 인간은 현재를 통해서 스스로를 창조하고 미래를 향해 개척해가는 미래지향적인 존재라고 해석하였다. 두 학자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프로이드는 '현재의 인간행동의 문제 되는 상황은 과거의 영향으로부터 받은 경험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부정적인 경향이라고'보고 있지만, 칼 로저스는 '인간은 현재의 문제를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개척하고 창조하여 미래를 향해 가는 긍정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하였다. 현대인들의 익명성의 문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그 중, 부정적인 측면들이 더 많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인 행위는 부정적인 방어기제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현대인은 사회공동체 안에서 서로 소외되어 간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인의 익명성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의 소통을 단절시키기 위한 방어기제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연구자의 작품에서 제시하는 익명성(匿名性)은 자신의 정보를 보호받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디지털 문명의 핸드폰을 통해 남의 사생활이 담긴 SNS를 통해 몰래 훔쳐보는 부정행위를 일삼는 현대인들의 관음증에 대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관음증의 요소를 도와주게 되는 매체가 바로 핸드폰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디지털 문명에 중독되어 가는 인간 군상들을 단순한 실루엣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현대인의 부정적인 자아 및 정체성에 대한 표현이며, 현실에서 자신을 숨기면서도 남의 사생활을 탐닉하는 부정적인 자화상의 비유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 이미지는 우리 시각에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겉으로만 화려하게 장식된 가식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가식적(假飾的)은'무엇인가를 좋게 보이려고 일부러 거짓으로 꾸미는' 뜻의 사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인들이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억압으로 인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의 심리들은 작품에서 여러 가지 색채로 표현된다. 감정 또한 색채로 대체되는데, 미술치료에서는 흔히 쓰이는 색채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들이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흑백의 색채는 주로 우울감, 죽음, 비애, 희미함 등의 여러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만, 반대로 뚜렷하면서도 청결하고 자기 자신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려는 성격을 내포하기도 한다. 검정은 자신을 숨기려는 방어기제의 색채로 쓰이기는 하지만, 예술적인 의미를 지니는 색채로 쓰인다. 한국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거친 화필, 산수의 자연 친화적인 풍류의 삶을 다룬 작품들에서 쓰이는 검은색은 그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정신적인 갈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불안감, 자신에 대한 불신과 반항심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언급한 익명성은 자신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용한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정서는 이러한 방어기제로부터 나온다.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에서 표출되는 언어 및 감정은 예술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연구자의 작품에서 보면, 어두운 흑색의 빌딩들과 조명의 밝은 색감들은 배경화면에 나오는 흑백의 군상들과 강한 대비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건물들은 급속도의 산업화로 발전하고 있는 문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의 이미지를 위해 배경화면의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표현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풍경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형태도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극사실주의적 표현보다는 사실적인 묘사를 거의 배제하고 디자인적인 요소의 선, 면, 색의 단순하고 기계적인 묘사로 표현되었다. 이는 감정이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에 사는 군상들의 자화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도시의 가식적인 이미지에 군상의 단순한 이미지를 추가하여 관람자에게 작품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작품에서 사용된 오브제는 블라인드와 거울의 소재를 활용하였는데, 거울은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주는 한편,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블라인드는 현대 사회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훔쳐보기, 타인의 사생활 침해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한다. 이러한 오브제의 사용은 시각적 다양화와 함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평면회화의 변형으로써, 기존의 미술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술 언어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평면과 입체의 뚜렷한 경계를 허물며 같이 통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본 연구는 익명성에 나타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며, 디지털 문명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들이 다양한 미술 언어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연관성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현대 도시 사회문명의 문제점을 다양한 미술표현을 통해 완성된 연구자의 작품을 통해서 자각하게 하고, 나아가 미술이라는 장르가 사회, 윤리, 경제 등의 문제와 통합되면서 광범위한 범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앞으로도 연구자의 작업 진행 방향은 더 다양한 미술 장르와의 연관성을 고민하면서 더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하고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