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종속적 계약자 보호를 위한 산재보험법상 특례제도의 변화가 왜 '제한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에서 '완화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범위의 확대'로 변화되었는지를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해 분석하였다. 이를 위하여 산재보험법상 특례제도의 분석시기를 경로형성기와 경로강화기, 경로진화기로 구분하였으며, 구조적 맥락과 제도적 맥락,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제도변화 모습을 살펴보았다. 특히 제도적 맥락은 정책결정구조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를 다시 세분화하여 의회입법제도와 행정입법제도, 정부위원회제도를 살펴보았다. 연구방법은 질적 사례연구이며, 자료수집방법은 인터뷰와 문서정보이다. 연구참여자로 나선 이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공익위원 등을 포함하여 총 26명이었다. 분석결과 시기별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로형성기(2000-2008)는 산재 특고특례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시기이며, '제한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방식의 형성을 특징으로 한다. 경로형성기에 주요하게 작동한 구조적 맥락은 1990년대 이후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변화이다. 이미 1980년대 말부터 기업의 경영전략 변화 등으로 인해 학습지 교사와 레미콘 기사 등은 각각 위탁계약직과 차량 불하제도가 도입되어 개인사업자화되었다. 경로형성기의 제도적 맥락으로서 주요하게 작동한 정책결정구조는 정부위원회제도와 의회입법제도이다. 노사정위원회의 의결구조는 전원합의제라는 만장일치제 관행으로 인해 논의는 하되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특고의 노동법 적용에 대해서는 경영계의 반대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으나, 산재보험 특례 적용에 대해서는 7년의 논의 끝에 현실적 대안으로서 노사정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또한 법안 심사와 관련해서 특고의 노동법 적용과 관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은 강한 거부점으로 임기만료 폐기되었으나,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한 「산재보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노사정 합의문의 효력과 산재보험법 전부개정이라는 이점으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산재 특고특례제도를 도입할 때 시행령을 통한 적용대상 확대 방식을 택하여 국회 심사과정 없이 약한 거부점으로 행정입법제도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경로형성기에 주요하게 작동한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은 특고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노·사·정 이해관계 대립이다. 이로 인해 노사정은 줄곧 평행선 달리기를 하며 논의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산재보험 적용에 관해서는 노사정 합의를 이루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했다.
따라서 경로형성기의 구조적 맥락과 제도적 맥락,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에 의한 산재 특고특례제도의 도입은 노사정 합의에 근거했지만, 정부 주도하에 산재보험이라는 사회보험방식에 의거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제3의 지위 설정 및 전속성 요건, 적용제외 신청, 시행령을 통한 적용대상 확대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부가된 '제한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의 경로가 형성되었다.
둘째, 경로강화기(2008-2020)는 2008년 제도도입 이후부터 2020년 5월 20대 국회 임기 말까지이며, '제한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의 강화'를 특징으로 한다. 경로강화기의 주요 특징은 제도변화에 있어서 법 조문상의 큰 변화는 없지만, 정권마다 시행령을 통한 적용대상 확대가 있었다. 그리고 제18대 국회에서부터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적용제외 신청 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세 번의 법 개정 노력이 있었으나, 세 번 모두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또한 전속성 요건으로 인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었으나, 법 개정 대신 고용노동부 고시를 통하여 전속성 기준을 보완하였다.
경로강화기에 주요하게 작동한 구조적 맥락은 특고 규모의 증가 및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다. 이로 인해 아날로그 노동에서 디지털 노동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경로강화기에 제도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데 있어서 주요하게 작동한 정책결정구조는 정부위원회제도와 행정입법제도이다. 이 두 제도에서는 거부점이 약하게 작동하여 정부가 시행령을 통한 적용대상 확대에 있어서 국회의 견제 없이 적용대상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부위원회인 산재예방심의위원회에서의 논의도 산재보험 제도개선TF, 포럼 등을 활용하여 논의의 지연을 방지했다. 반면 경로강화기에 제도가 변화하지 않는데 있어서 주요하게 작동한 정책결정구조는 의회입법제도이다. 이 제도에서는 거부점이 강하게 작동하여 18대 국회에서는 법안심사소위 의결제도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19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제도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리고 20대 국회에서는 간사 간 협의제도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로강화기에 주요하게 작동한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은 정부와 노동계의 공조관계 vs 경영계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적극적 반대이다.
따라서 경로강화기에 작동한 구조적 맥락과 제도적 맥락,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해 살펴본 산재 특고특례제도의 제도변화 모습은 '적응을 통한 재생산'이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제도의 적용대상이 시행령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제도가 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기존 제도의 운영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고(그러므로 본 연구는 이것을 '층화'로 보지 않는다), 전속성 기준 고시를 두면서 '전속' 대리운전기사와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를 구분하는 등 제도와 적용대상 간에 부정합성을 강화시켰다. 또한 국회에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조항을 개정하기 위해 세 번 연속 법률안 발의를 했으나, 세 번 연속 임기만료 폐기된 것도 '제도의 재생산'을 더욱 강화시켰다. 따라서 경로강화기는 제도의 변화과정이 점진적이었지만, 변화의 결과가 연속선상에 머문 단계로 볼 수 있다.
셋째, 경로진화기(2020-2023)는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한 2020년 상반기부터 노무제공자 특례제도가 시행된 2023년 7월까지이며, '완화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범위의 확대'를 특징으로 한다. 경로진화기의 주요 특징은 경로강화기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법이 2번 개정된 것인데, 첫 번째는 산재보험법 제125조 적용제외 신청 조항의 개정이고, 두 번째는 산재보험법 제125조의 삭제와 제3장의 4 노무제공자에 대한 특례 장(章)의 신설이다.
경로진화기에 주요하게 작동한 구조적 맥락은 코로나 19 위기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플랫폼 노동의 급성장이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 과로사 사건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경로진화기에는 제도적 맥락이 모두 약한 거부점으로 작동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주요하게 작동한 정책결정구조는 의회입법제도이다. 먼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관련 법 개정은 제18대 국회에서부터 제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4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 다음으로 산재보험 전속성 페지 법안의 통과는 처음에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법안 발의를 했을 당시만 해도 법안 상정이 미뤄졌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재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함께 법안심사를 받을 수 있었고, 한 달 만에 법안이 통과되었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행정입법제도는 코로나19 위기 기간에도 약한 거부점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할 수 있었다. 또한 정부는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 및 직종 확대 논의 등을 진행할 때 산재보험 제도개선 TF 또는 포럼 등을 적극 활용하여 정부위원회인 산재예방심의위원회 논의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했다. 경로진화기에 주요하게 작동한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은 노정 공조관계와 이를 수용한 경영계의 전략변화이다. 따라서 경로진화기의 구조적 맥락과 제도적 맥락,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된 산재보험법상 노무제공자 특례 제도의 최종 제도변화 모습은 '완만한 변형(층화)'이다. 이는 기존의 제도적 요소인 시행령을 통한 적용대상 확대방식에 새로운 제도적 요소인 노무제공자 개념을 신설하고 전속성 요건과 적용제외 조항을 폐지하면서 제도의 운영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종합하면 종속적 계약자 보호를 위한 산재보험법상 특례제도가 '제한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에서 '완화된 종속적 계약자 보호범위의 확대'로 변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번째, 구조적 맥락 가운데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한 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 증가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가 계속 발생하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였다.
두 번째, 제도적 요인 가운데 제도변화 전 시기에 걸쳐서 가장 강력한 거부점으로 작용하였던 의회입법제도가 경로진화기에는 약한 거부점으로 작동하였기 때문이다. 즉, 경로강화기에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개정이 세 번 연속 실패하였지만, 경로진화기에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개정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자 특레제도로 변화되는 큰 변화를 이루었다. 이는 환노위 위원 구성에 있어서 경로진화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을 차지한 것과 야당(국민의힘) 간사의 협치 가능성, 경로강화기 동안의 계속된 법안 발의로 인한 공론화, 택배기사 과로사 사건과 같은 상황 등이 관련있었다.
세 번째, 행위자 집단의 상호작용 가운데 경로형성기에 평행선으로만 달리던 노사정 관계가 경로진화기에는 경영계의 소극적 반대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협조로 인해 협력관계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의 요구에 반응하는 전략 변화 및 플랫폼 노동의 대두로 인한 대표성 변화와도 관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