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허위보도 문제는 그동안 주로 언론 자유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미국에서는 1964년 NY times v. Sullivan 판결로 세워진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법리에 따라, 또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85다카29 대법원 결정로 확립된 '보도의 상당성' 법리에 의거 언론의 보도가 비록 허위일지라도 언론 자유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기조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악의성 법리'를 채택, 공인 관련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언론의 허위보도 문제에 관한 주된 논의는 해당 보도가 보도 당사자의 명예나 초상권 등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전제 하에서 상충하는 언론 자유와 인격권 사이에서의 조화로운 보호 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는 주체인 언론, 다시 말해 미디어의 특수한 지위에 주목하여 언론에는 진실보도의무가 있고, 언론의 허위보도 시 언론 자유와 진실보도의무 간 내부적 충돌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 판단에 있어서는 외부적 충돌, 즉 언론 자유와 보도 당사자의 인격권 간 충돌의 문제를 고려함과 동시에 진실보도의무와의 내부적 충돌의 문제 또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 우리나라 법원에서 선고된 언론의 허위보도 관련 손해배상 면책판결 사례 67건을 수집, 그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법원은 '사상의 자유시장론' 및 '국민의 자기통치론'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 '언론의 자유'를 이해하고 있으며 공적 영역에 대한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 보호를 위해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을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판결의 일부에서 언론의 진실보도의무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판결에서는 언론 자유와 진실보도의무 간 내부적 충돌의 문제는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언론이 사건의 진상이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서 공인의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한 경우, 비록 그 의혹이 보도 이후 허위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의혹 제기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면 역시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의 책임성 관련 판결 태도는 이른바 '가짜뉴스'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 주는 함의도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