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봉준호 영화에서 나타나는 데칼코마니의 미학을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데칼코마니의 미학이란 역설적 미장센(mise-en-scene)과 반어적 내러티브(narrative)로 중첩과 확장하는 관객의 시지각적 네 단계의 층위를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시도는 봉준호의 영화에 담긴 데칼코마니의 미학을 분석함으로써 감독의 '보여주기'와 관객의 '보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음을 밝힌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감독의 세 영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도하였다. 본 연구자는 세 영화에서 미장센과 내러티브가 일정한 체계로 상호작용한다고 보았으며 봉준호 미학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때 봉준호의 세 영화가 데칼코마니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1, 2단계의 중첩과 3, 4단계의 확장의 층위에 따라 상징계, 상상계, 실재계 영역으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우선 미장센의 역설적 배치와 내러티브의 반어적 구성을 2장에서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1절에서 미장센 중첩의 형식인 이미지 텍스트의 장면화와 2절에서 내러티브 중첩의 내용인 텍스트 이미지의 서술화를 각각 이론적 배경으로 고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3절에서 초월적 감관에 따른 데칼코마니 이론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3장에서는 데칼코마니 미학의 이론적 배경으로 봉준호의 영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봉준호의 영화가 1단계 상징계 중첩, 2, 3단계 상상계 중첩과 확장, 4단계 실재계의 확장인 데칼코마니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먼저 1단계에서 '문, 슈퍼돼지, 돈'의 미장센과 '자리, 가치, 계급'의 내러티브가 각각 중첩한다. 2단계에서는 '열차의 전복, 미자의 구출, 기우의 계획'으로 중첩된 반어적 내러티브가 3단계에서 '연결문과 출입문, 순금과 새끼돼지, 상승과 하강'으로 확장하는 모순화법을 확인했다. 그리고 4단계에서 관객의 욕망을 '요나, 미자, 기우'에 투영하며 결핍된 '자유, 소통, 평등'을 드러낸다고 고찰하였다.
이로써 봉준호 영화의 데칼코마니 구조를 총 4단계로 분류할 수 있었다. 1단계는 관객에게 '보여주기'와 '말해주기'가 이루어지는 상징계의 시선이다. 2단계는 내러티브와 미장센으로 관객을 자극하는 감독의 응시다. 3단계는 내러티브에 담긴 모순을 관객이 역설적 미장센으로 확장하는 응시의 층위로 구분된다. 4단계는 결핍을 '감관(監觀)'하는 현시이다. 데칼코마니 구조로 관객의 응시를 유도하며 초현실화된 '나-보기'로 확장하는 봉준호의 영화 체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발견한 봉준호 영화의 데칼코마니 미학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현상학적 층위에 따른 관객의 정신적 사유를 탐구하였으며, 데칼코마니 영화의 효용성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관객의 시선 중첩과 응시 확장으로 현시의 초현실화를 논의하였다.
본 연구의 시사점은 봉준호 영화의 데칼코마니 구조를 정신적 사유의 측면에서 탐색하는 데 있다. 봉준호만의 영화적 필체(handwriting)와 사인(sign)을 확인하고 관객의 향유 과정을 살펴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관객과 소통하는 심미적 원리를 미장센과 내러티브의 데칼코마니 구조로 고찰하였다. 봉준호의 영화는 보이는 것 너머의 초현실적인 세계를 관객에게 안내하는 데칼코마니다. 데칼코마니 구조로 완성하는 봉준호의 영화미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