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위기관리체계가 비교적 잘 정비된 국가 가운데 미국, 독일, 일본의 법률 체계, 대응 조직 및 대응활동 시스템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여, 우리에게 유용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미국은 주 차원의 헌법과 법률을 통하여 재난관리를 수행하며, 재난 발생시 해당지역 지방 정부가 일차 대응하고, 연방 정부는 재난관리에 재정적 지원을 한다. 주·지방 정부는 각각 독자적으로 재난 대응·복구 조치 등을 하며, 역량을 초과할 경우 상급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구조이다. 특히 주지사가 스태포드법(Stafford Act)에 따라 대통령에게 중대재난 선언을 요청하고, 이것이 승인되면 연방 차원에서 지원한다. 미국 최고 위기관리기관은 국토안보부(DHS)와 산하 연방재난관리청(FEMA)이며 통합적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모든 참여자가 모든 종류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대응체계(NRF)와 국가 표준 위기관리체계인 국가사건관리 시스템(NIMS)을 마련하여 여러 기관 등이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면서 재난 발생 후 대응·복구보다 재난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기본법에서 재난관리의 주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기본법 상의 재난관리를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연방시민보호재난구호법(ZSKG)을 제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 주별로 재난관리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방시민보호재난구호법은 외부 공격에 대응한 시민보호와 재난관리를 모두 포괄하여 통합 관리하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 연방의 최고 위기관리 조직인 연방 내무부는 산하에 19개 기관을 두고 공공안녕과 위기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그 산하의 연방시민보호재난구호청(BBK)은 시민보호 및 재난관리 분야의 연방 최고기관이다. 재난관리는 주의 관할사무로 각 주마다 관련 입법·집행권을 가지고 있으며, 경보 계획 및 일반 재난대비계획 등을 수립·시행한다. 또한 신속한 재난상황 공유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합동신고상황센터(GMLZ)를 적극 활용하고, 2022년부터는 연방 및 주 정부 등의 정보 공유, 의사소통 강화 등을 위하여 시민보호합동역량센터(GeKoB)도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특성 때문에 위기관리 법제도 외부공격 보다 재난에 대한 대책이 중심이 되었다. 당초 각종 재해 유형별로 많은 법이 존재하였는데, 종합적·계획적 방재체계를 위하여 1961년 재해대책기본법이 제정되었다. 방재 대책도 당초 각 부처가 입안·집행하였으나, 2001년에 내각부를 신설하여 종합적·통일적 추진을 도모하였다. 중앙 정부 재해대책의 종합성 확보와 중요사항 등 심의를 위하여 중앙방재회의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통합적 재난관리 기관이 없어 분산된 관리 방식이지만, 내각제의 특성을 잘 살려 내각부에서 방재 관련 조직과 기능을 총괄·운영하고 있다. 또한 재난 대응을 위하여 중앙·지방 정부 및 각 부처별 방재계획을 마련하고, 수도권 지진으로 인한 국가 중추기능 마비에 대비하여 정부업무계속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외 주요 국가는 각 국가별 역사적·사회적 특성에 맞춰 독자적인 위기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교 연구는 우리나라에도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먼저 재난 발생 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일차 대응을 하는 지방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역량도 강화하여야 한다. 복합적·대규모 재난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관 간의 공조는 물론 주민과 민간 사업자·단체 등도 함께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분산적 재난대응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재난 발생 시 설치되는 비상대책기구 등의 통합적 지휘체계 및 종합·조정 기능을 더욱 보강하여야 한다. 기관·민간 등 모든 참여자가 모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의 국가대응체계(NRF)와 같은 통합적 재난대응 체계도 마련하여야 한다. 재난 발생 후 단순히 대응·복구하던 과거 재난관리 방식의 차원을 넘어,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재난 발생의 위험을 완화하려는 대책의 추진도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