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정착기에 이른 이주자와 이주 초기자, 연쇄 이주자, 가족방문 이주자 등을 대상으로 다수가 상권에 밀집하여 경제적 활동을 하는 이주자 집단을 조사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이주자들이 상권 공간에 자리를 잡고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관계를 맺는지, 상권 공간에서의 경제적 활동에 나타난 사회적 의미는 어떠하며, 그리고 지역의 고유한 제도적인 영향을 받는지, 스스로 활동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에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 정착해서 집단적,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이주자의 행위주체성, 집단의 내부적 속성과 역동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범주화된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를 대신하여 노동자 계급에서 서비스업 종사자로 전환하는 이주자에 주목해서 상권에서 활동하는 이주자의 다양한 성격과 복합적 이야기를 밝히고자 했다.
이 연구는 특히 이주자 인구 중에 작은 규모의 사업(small-business)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 초점을 맞춰서 조사하고, 그들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이주자 인클레이브 형성과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를 고찰하고자 했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주자의 다양한 차원을 다루어 지역의 고유한 맥락에서 경제적 활동, 공간 사용, 일상생활 등에 있어 이주자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행위를 탐색하고자 했다.
이 연구의 대상지는 김해시로, 김해시는 전국 대비 전체 인구 중에 등록 외국인 이주자의 비율이 높고, 등록 외국인 중에 베트남 출신 이주자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를 반영하여 연구는 경상남도 김해시 원도심 구역에 이주하여 상업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베트남 출신 이주자 집단 사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이주자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고 질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질적연구방법으로 진행하였으며, 현지조사, 공식적 자료 수집, 행사 참여관찰, 심층 인터뷰도 함께 수행하였다. 아울러, 현지조사에서 비공식적으로 현지인들과 담소를 나눠서 추가 정보를 확보하고, 정보 점검 차원에서 한국인 제보자를 접촉하였으며,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의 소통 자료도 수집하였다.
이 연구는 이주연구 분야의 이론 뿐만 아니라 도시공간 분야에서의 공간적 논의와 사회학의 이주자 관련 논의들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 이주자의 상업적 활동을 위한 공간적 집적지,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에스닉 인클레이브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에스닉 인클레이브를 기반으로 해서 민족적 경계를 넘어서 이주자들이 지역과 상호작용하며 행위주체자로서 공간을 사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그들의 활동에서 나타난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공간적 논의와 사회학적 논의도 다루었다. 이주자의 공간을 사회적인 공간으로 보고 공간생산이론의 틀에서 도시공간에 관련 도시재생, 장소 마케팅, 장소 만들기(placemaking, place-making), 장소 브랜딩 등 연계한 학문적 논의에 비추어서 사례를 분석하였다. 더불어, 시정부 차원의 다문화정책, 문화다양성 사업 배경에서 인클레이브라는 삶의 환경과 이주자 정책 사업과의 관계,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실천하는 문화활동을 포착하기 위해서 아비투스와 실천이론을 적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적용한 이론들은 다양하지만 논의를 위한 틀로 작동하고 있으며, 통합적인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원에 주목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첫째, 연구의 4장은 이주자 출신이 경제행위주체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집단적으로 특정한 공간에 밀집하는 이주자 집단에 관심을 두고 탐색하였다. 김해 동상시장 상권에서 차지하는 베트남 출신 사업가들에 초점을 맞춰서 그들의 상업활동과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였다. 이를 통해서 이주자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부각시키고, 이들이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행위자로 경제적 활동을 하고,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서 인클레이브를 조성한다는 것을 규명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살펴봤다.
분석 결과, 결혼이주자, 임금 노동자에서 자영업자로 전환한 베트남 출신 기업가들이 인클레이브에서 집단적으로 상업활동을 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클레이브에서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졌다. 베트남 이주자 인클레이브 형성 배경에서 베트남 사업체의 수가 증가하고 업종이 다양해졌다. 사업체들이 계속 늘어났으며,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 이주자 기업가들은 가족 구성원과 동족 이주자를 고용함으로써 상권 형성과 함께 사업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주자 기업가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원을 동원했다. 베트남 기업가들이 경제활동을 위해 노동력 등 경제적 자본을 확보하고 민족집단의 관계와 원주민 사회와의 관계 등 사회적 자본을 통해서 신뢰, 연대, 상호 협력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가족지원, 동족 구성원으로부터 '제한적인 연대'와 '강요할 수 있는 신뢰' 등 자원을 통해서 사회적 자본을 획득해서 집단 구성원들과 교환하였다. 제한적인 연대로 이주자 기업가들이 연령이 높은 이주자, 유학생 등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고, 기업가들 사이에서 거래를 위한 강요할 수 있는 신뢰가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결혼연대, 상업적 거래관계를 통해서 집단 외부적으로 한국인 상인들과 상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였다. 특히 한국인 원주민과의 혼인관계에 의해서 상업활동을 위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함으로써 한국으로 온 베트남 이주자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외국인 기업가들이 핵심 역할로 상업적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인클레이브에서 외국인 이주자들이 외부인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 생활하고 지역과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는 데에 관심을 두었다. 따라서 그들이 주체적으로 공간에서 사회적인 의미를 구성하며 공간의 성격을 변화하는 데에 역할이 있다고 주장하여 이주자의 긍정적 측면을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연구의 5장은 도시공간과 연계하여 지역 활성화 맥락에서 이주자들이 빈곤적인 게토의 경계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으로서 상호작용하면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원도심 상권의 경관적·경제적 변화 맥락에서 베트남 이주자들이 상업공간에서 주체로 일상적인 활동을 해서 사회적인 공간을 생산하는 과정을 살펴본 결과를 종합해 보면, 베트남 이주자들이 사업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스스로 공간의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장소 만들기에 기여했다. 시정부의 지원으로 진행한 다문화거리 조성계획, '글로벌 누들 타운' 사업, '가치가게' 문화도시 사업에 베트남 출신 기업가들은 사업 참여자로서 선정되어서 참여하였다. 시정부 차원에서 구상한 브랜딩 전략에 베트남 이주자가 참여한 사례를 통해서 복합적인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였지만 한편으로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생겼다.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인클레이브를 살펴본 바와 같이 이주자들이 기존에 있었던 한국 전통재래시장과 일대 상권을 탈바꿈시켰다. 이주자들은 상업공간의 주인공으로 개성있는 상점들을 구성하고 기존 상권에 새 이미지를 만들었다. 일상생활에서 이주자들이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사회적인 실천을 통해서 물리적인 공간을 에스닉 인클레이브 경제의 상업공간, 베트남 문화 재현하는 공간, 내부적으로 브랜딩하는 공간으로 생산하였다. 기존의 에스닉 인클레이브와 달리 김해 베트남 이주자의 인클레이브를 정태적인 공간으로 보지 않고 이주자들의 상업적 활동과 더불어 장소에 대한 감정, 애착성, 경험 등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로 보았다.
세 번째, 연구의 6장은 이주자들이 제한적인 인클레이브 경계에서 소외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업적 활동도 하고 문화적 실천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하였다. 더불어 인클레이브에서의 문화실천을 집단 내부와 외부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였다.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 문화적 역량 등의 개념을 통해 이주자가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소비하는 경험과 그들이 스스로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 및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 정책적 접근에서 추진된 다문화주의라는 상황에서 이주자가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체험하는데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떠한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분석 결과, 시정부가 추진하는 문화다양성 증진 노력으로 베트남 이주자가 행사에 참여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얻지만, 현실적인 참여는 제한적이어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경계가 있다. 특정한 이주자 기업가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이주자 집단에 속한 일원의 사례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베트남 이주자 인클레이브에서 기업가들도 일반 이주자 집단 구성원들도 일상생활에서 여가생활, 음식요리, 전통적인 관습 등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자유롭게 한다. 이주자들의 일상적인 문화활동을 파악해 본 바에 의하면 김해생활에 의해 생성된 유동적인 아비투스가 있으며, 이주자들이 일상에서 고유의 생활양식을 유지하지만 한편으로 의도적으로 한국어, 한국 질서를 습득하면서 원주민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클레이브 환경에서 형성된 아비투스는 집단 내부의 성별, 가족 유형 별 다양성을 재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이주자들은 한국인과의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일상에서 한국인과 상호작용으로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다. 지방정부의 다문화정책, 다문화주의 맥락에서 이주자의 문화활동과 관련하여 문화의 민주화, 문화민주주의 논의와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 실천이론을 적용해서 인클레이브 환경에서 이주자들의 문화실천을 살펴봄으로써 이주자들이 인클레이브에서 자율적으로 문화적 실천하며 지역주민으로서 한국사회에 정착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론적 차원에서 본 연구는 전통적인 에스닉 인클레이브의 동질적·정적인(static) 성격을 벗어나서 이주자 인클레이브의 공간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사회적 의미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 이주연구 이론과 함께 도시공간 논의와 사회문화적 이론을 통합적으로 보고 이주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았다. 본 연구는 민족 집단의 구성원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주자들이 문화실천을 통해서 경제적 성공, 사회적 지위 상승에 관심을 두어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과정 집단 내부의 다양성을 분석함으로써 경제활동에 부여되는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주자들은 장소 마케팅, 장소 만들기 정책의 대상자이기 보다는 이주자들이 현실에서 일상적인 실천으로 물리적인 공간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처럼 본 연구는 이주연구분야와 더불어 도시공간 연구, 사회문화적 연구 분야에 기여한다.
또한 이 연구는 고전적 에스닉 인클레이브 논의와의 차별점인 결혼이주자의 매개역할을 통해서 에스닉 인클레이브 형성 배경, 공간 차원, 문화 차원 간의 구조를 제시한다. 인클레이브에서 원주민사회와 관계를 맺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기업가로서 인클레이브를 형성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한국 문화와 베트남 문화 간에 가교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남편과 혼인관계를 맺는 결혼이주자는 남편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른 이주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인클레이브 형성에 기여한다. 인클레이브에서 상업적 활동을 하는 사회적 공간을 제공한다.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인 가족에게 베트남 문화를 알리기도 하고, 통역사로서 원주민 사회와 이주자 집단 사이에 매개역할을 한다. 이로써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자는 베트남 본국 가족의 구성원이자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하여 양국 집단 간의 가교역할을 한다. 따라서 김해 베트남 사례를 통해서 기존의 에스닉 인클레이브 개념과 다른, 결혼이주자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한국식의 인클레이브의 형태를 제시한다. 본 연구에서 결혼이주자의 매개역할과 더불어 기존에 한국인 원주민이 점유했던 상권에 유입해서 이주자 인클레이브를 형성한다고 밝히는 것은 전통적인 에스닉 인클레이브와 다른, 한국식 인클레이브의 특성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한국인 원주민과 함께 공간을 사용하고 상호작용하는 차원에서 주류-비주류 집단의 경계를 넘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주자들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데 목적을 두었다. 김해생활이 장기화된 베트남 출신 이주자들은 인클레이브에서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본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인클레이브에서의 집단적 연대와 공간적 응집성이 폐쇄적이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에스닉 사업 성공을 자체적으로 활성화하고 이주자들이 일상에서 상호작용가능한 공간이 된다. 본 연구는 부당 임금, 노동착취, 문화적 갈등, 오해, 소통 문제 등 외국인으로 인한 현존 문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외국인의 속성에 대한 복합적인 관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