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조선후기 소설과 『서유기』의 비교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동아시아적 지평에서 그 고유의 특성을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조선후기 유학자들의 애독서였던 『서유기』가 환상서사로서의 특징이 부각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조선후기 소설 중 환상성이 강한 『숙향전』, 『삼한습유』, 『삼해지』의 세 작품을 선정하여 비교 논의를 진행하였다.
제2장에서는 환상서사로서 『서유기』의 특징을 검토함으로써 비교를 위한 예비적 고찰로 삼았다. 『서유기』에서는 다차원 세계가 설정되고 있는바, 천상(天上) 세계, 서천(西天) 세계, 선산(仙⼭) 세계, 지상(地上) 세계, 수중(⽔中) 세계, 지하(地下) 세계로 구축된다. 한편 신마적(神魔的) 주체가 등장하고 있는데, 그 등장인물이 신(神)과 마(魔)로 양분되고, 신은 다시 신선과 부처로 대별된다. 그리고 기환적(奇幻的) 서사가 전개되고 있는 바, '삼계(三界)에서의 대소동', '인간과 이류(異類)의 동반 여행', '천상계와 지상계의 교섭', '신(神)과 마(魔)의 대결' 등의 서사에서 그 기환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제3장에서는 서사세계의 층위에서 『숙향전』, 『삼한습유』, 『삼해지』의 비교 검토를 진행하였다. 첫째, 『숙향전』과 『서유기』는 천상 세계, 선산 세계, 지상 세계, 수중 세계, 지하 세계라는 입체적인 서사세계를 설정함에 있어 상당 부분 상통하고 있다. 그 변별점으로 『서유기』에서는 서천이라는 불교적 세계가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반면, 『숙향전』에서는 서천 세계가 작품의 전면에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삼한습유』와 『서유기』는 천상 세계, 지상 세계, 수중 세계, 지하 세계라는 서사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통하고 있지만 그 축조 방식에 있어 상당한 이질성을 드러내고 있다. 곧 『삼한습유』에서는 혼령(魂靈)이 중심이 되는 세계로의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서유기』에서는 선불(仙佛) 나아가 용왕(⿓王)이나 염왕(閻王) 등 신이적(神異的) 주체들이 활약하는 세계로의 구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셋째, 『삼해지』와 『서유기』에서는 천상 세계, 선산 세계, 수중 세계라는 입체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서사 공간들이 설정되고 있는 가운데 그 기능적 역할에 있어 상당 부분 일맥상통하고 있다. 천상 세계와 수중 세계는 엄연한 위계질서 속에 구축되고 있으며, 선산 세계는 권력 구도 밖의 별세계(別世界)로서 그려지고 있음이 그 특징이다.
제4장에서는 등장인물의 층위에서 『숙향전』, 『삼한습유』, 『삼해지』의 비교 검토를 진행하였다. 첫째, 『숙향전』과 『서유기』에 등장하고 있는 초월적 존재들은 각 방위의 신령들로 구성된 가운데 작중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다. '적강'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그 '운명의 주재자', '결연의 매개자', '고행의 조력자'로서 전지전능의 신(神)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음이 그 공통된 특징이다. 둘째, 『삼한습유』와 『서유기』에 등장하고 있는 초월적 존재들은 신(神)과 마(魔)로 양분되고, 신은 다시 여러 층위로 분류되고 있다. 『삼한습유』에서는 유불도 삼교의 성인들을 비롯하여 제자백가(諸⼦百家) 그리고 천신(天神), 지기(地祇), 인귀(⼈⿁)에 이르기까지 신령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반면, 『서유기』에서는 신선과 부처로 대별되어 등장한다. 셋째, 『삼해지』는 등장인물이 초월적 존재들로 구성된 가운데 용왕 일가, 옥황상제, 관음보살이 작중에서 활약한다는 점에서 『서유기』와 상통하고 있다. 『삼해지』에서 용왕 일가가 완연히 인간화된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서유기』에서 용왕 일가는 인간의 모습으로 화(化)하기는 하지만 인간화된 형상으로 설정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공통적인 부분으로, 옥황상제가 천궁(天宮)의 주재자로서 군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그려지고 있다면, 관음보살이 '적강'의 주인공들을 구원과 득도에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 설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5장에서는 모티프의 층위에서 『숙향전』, 『삼한습유』, 『삼해지』와 『서유기』의 비교 분석을 진행하였다. 양국의 작품을 견주어 볼 때, 서사의 여러 구성요소 가운데 모티프의 차원에서 공통적인 요소들을 다분히 보유하고 있다. 첫째, 『숙향전』과 『서유기』에서는 '반도연(蟠桃宴) 모티프'와 '이계여행(異界旅⾏) 모티프'가 활용되고 있다. 『서유기』에서 작중의 주인공들이 반도연을 교란함으로 인해 천상으로부터 지상으로의 '적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사적 전개와는 달리 『숙향전』에서는 '적강'의 주요 인물들을 천상의 반도연으로 초대함으로써 서사의 전개를 이끌어간다는 차이가 있다. 한편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의 이계여행이 '근원으로의 회귀'로 서사가 귀착되고 있다면, 『숙향전』에서 이선의 이계여행은 '천정 인연의 확인'으로 서사가 귀결되고 있다. 둘째, 『삼한습유』와 『서유기』에서는 '신(神)과 마(魔)의 전투 모티프'와 '부처의 마귀 제압 모티프'가 활용되고 있다. 두 작품에서 신마(神魔)의 전투는 인간의 몸[⾝]을 전쟁터로 삼은 가운데 마음[⼼]에서 일어나는 대결의 은유적 표현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그러한 가운데 『서유기』에서의 마(魔)가 불법의 수행에 방해가 되는 심마(⼼魔)로서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면, 『삼한습유』에서의 마(魔)는 인욕을 파괴하는 마장(魔障)으로서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셋째, 『삼해지』와 『서유기』에서는 '옥황상제에의 상주(上奏) 모티프'와 '금고봉 모티프'가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기이하고 환상적인 모티프의 활용을 통해 환상서사적 면모가 다분한 신이적(神異的) 군담의 창출을 초래하고 있음이 공통된 특징이다.
제6장에서는 이상 『서유기』와의 비교 고찰을 토대로 조선후기 소설의 환상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도출하였다. 하나는, 조선후기 소설에서는 옥황상제를 우주의 주재자로 내세운 도교적 세계관의 소설적 원용을 통해 환상성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후기 소설에서는 적강(謫降), 천정(天定), 숙연(宿緣), 초월계와 현실계의 교섭 등의 도교적 내지 불교적 요소들을 원용하여 애정서사를 결구함으로써 이를 통해 환상성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