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아도르노의 미적 합리성을 작품에 기반한 철학이론으로써 해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계몽의 퇴행을 극단적으로 비판하면서도 합리성의 진보를 예술작품에서 확신하였다. 그는 이미 질적 계기를 삭제한 실증적 체계를 마주하여 비판을 멈추지 않되 무기력해진 합리성의 체계를 해체하고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도르노는 합리성 개념에 충실한 동일성의 이념을 예술 작품의 성좌에서 확보하였으며 나아가 예술작품을 모델로 삼아 미적 합리성을 모방할 때에 현실 체계의 혁신도 가능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본 논문은 아도르노의 미적 이론에서 하나의 개념으로서 성공하고 있는 사유의 역동성을 밝히고자 한다. 그 자신의 한계 너머로 정향(定向)된 사유의 정합성이 작품에서 변증법을 구체화시킬 때 현실의 사물로서 작품은 모순을 은폐할 수 없으므로 작품에 관여하는 비동일자와 동일자 역시 모순의 영향력을 피하지 못하고 만다. 예술 경험 안에서 모순에 저항하는 비동일자의 고통에 감응하는 주체의 태도는 사물이나 정신의 일원론적 환원충동으로부터 거리를 확보해야 부단한 변증법을 견지하게 된다. 사물적 이성과 형식 감정 양쪽의 견인력을 활성화시키는 미적 합리성이 동일성을 의식하는 순간은 예견에 머무는 것은 아니나 완결될 수도 없다. 작품의 성좌에서는 진리도 운동 속에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아도르노의 『미적이론』을 중심으로 삼아 일의적 구성력만큼 강력한 미메시스의 양가성을 작품의 역장(力場)에서 정위(定位)한다. 이를 위해서 예술작품이 형성하는 하나의 과정을 통해 전체와 부분의 병립형국을 추적한다. 이 과정자체가 예술이며 예술은 하나의 형식으로서 인식될 수 있다.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은 언어가 될 수 있다. 단지 이 미적 언어는 미시적 관점과 역동적 형태를 직조하는 합리성에 의하여 무상(無常)한 것으로서 경험될 뿐이다. 우리는 형식의 세분화와 전체조망을 따라가는 한편 이러한 일관성이 최종적으로는 비동일자를 연루시키며 따라서 존재자의 가상성이 폭로될 수밖에 없다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이 미적 사태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적 이론은 형식론이다. 다만 비동일자의 역동성을 경험해야 사유 전능의 기만 없이 형식을 인식할 수 있다.
둘째, 미적 형식은 해석-비판-구제의 과정을 통해서 진리를 전개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종합되는 형세(形勢)에 힙입어 미적 주체는 비동일자의 발언을 인식하게 되므로 결국 수수께끼를 확장시킨다.
셋째, 모든 형식의 흐름에는 합리성의 구성계기와 미메시스의 계기가 상호침투한다. 이 대립계기들은 힘의 평형을 향해 동요함으로써 해석-비판-구제의 형국에서 침잠의 경험을 복구하며, 물신화를 단절하는 수행태도(Verhaltensweise)로부터 주체의 비판적 사유를 부단히 요구한다. 미적 경험에서 고통스러운 결함이 도리어 개념의 잠재력을 계몽하고 부정변증법의 단서가 된다. 결함을 인식할 만큼 세분화된 사유는 밀도 높은 형태에 힙입어 가능해진다. 이때 형태조직화의 일관성은 사물 자체의 동일성에 힘입어 필연적으로 새로워진다. 아도르노는 이 동일성에 의해 이끌려가되 동일하지 않은 무엇과 관계해야하는 형식의 역설(易說)을 진리 전개의 1회적 가상으로서 존중한다.
미학의 역설(逆說,paradox)은 즉자로 응축되어있는 작품이 역사를 통해 구성된 것인 한 즉자가 아니기 때문에 '체계'의 이념이 활성화되는 계승을 도리어 실재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아도르노의 미적 합리성에 대한 역동적 이론구성을 적중시키기 위하여 작품 형식에 대한 세분화된 사유 경험을 명료화하는 데에 본고가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