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성인 성폭력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파악하고, 영향요인 중 '2차피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성폭력 피해경험에 대한 인지적 반응을 통해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는 통합적 인지행동 수정모델을 기반으로 이론적 검토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성폭력 피해자 현황과 피해유형별 특성에 대한 기초조사 분석 연구'의 연구데이터를 활용하여 성인 성폭력 피해자 134명을 분석하였다. 주요 분석은 인구사회학적 특성, 성폭력 피해특성, 2차피해 특성에 따라 외상후스트레스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독립표본 t검정과 일원배치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2차피해 특성이 외상후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2차피해의 체계별 하위요인을 세분화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연구대상자의 외상후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사적체계에 의한 2차피해에서는 하위요인 중 '자기중심적 반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법적, 행정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 경험 시 겪은 감정이 의료적 체계보다 높게 나타나 성인 성폭력 피해자가 법적, 행정적 체계에서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이 더욱 큰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둘째, 각 독립변수에 따른 외상후스트레스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 연구대상자의 주관적 경제 수준이 중하인 경우, 사적체계에 의한 2차피해와 법적, 행정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가 심각할수록 외상후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에, 성폭력 피해특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셋째, 인구사회학적 특성, 성폭력 피해특성, 2차피해 특성이 외상후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사적체계에 의한 2차피해와 법적, 행정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가 외상후스트레스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넷째, 2차피해 체계의 하위요인을 각각 투입하여 분석한 결과, '통제하기' 반응, '법적, 행정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 경험 시 겪은 감정', '의료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 경험 여부'가 외상후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대한 함의 및 제언은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통합적 인지행동 수정모델을 기반으로 하여 성폭력 피해경험에 대한 주변인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재평가하게 되고, 이는 성폭력 후유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로를 확인하였다. 이에 성폭력 피해자가 경험하는 2차피해는 자신이 속한 체계에서 주변인 반응, 수사절차, 지원 서비스 등의 과정을 통해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성폭력 2차피해는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혹은 고정관념과 연관이 있으므로 성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및 고정관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성폭력 2차피해의 예방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의 후유증인 외상후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법정의무교육인 성폭력예방교육 진행 시 성폭력에 대한 고정관념 및 인식과 2차피해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2차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관적 경제수준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특성, 부정적 주변인 반응, 수사과정에서 경험하는 2차피해 등 여러 요인이 외상후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복합적이며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성폭력 피해자가 속한 체계의 포괄적 사정을 통해 체계별로 나타나는 2차피해 형태를 파악하고 개별화된 접근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자의 보호 및 2차피해 예방과 관련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2차피해 특성의 하위요인 중 '통제하기', '법적, 행정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 경험 시 겪은 감정', '의료적 체계에 의한 2차피해 경험 여부'가 외상후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성폭력 2차피해가 여러 체계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하며, 2차피해 특성에 대한 전체 척도뿐만이 아닌 세분화된 하위요인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독립변수 간 높은 상관관계로 다중공선성의 한계를 지니고 있어 2차피해 하위요인이 외상후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명확하게 밝히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하위요인의 일부가 외상후스트레스 영향요인인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후속 연구에서는 2차피해의 하위요인과 성폭력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 및 여러 후유증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횡단연구를 진행하여 외상후스트레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 영향요인을 살펴보고, 여러 대상으로부터 경험하는 2차피해의 양상에 대한 대상별 차이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