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생명을 창조하고 성장시켜나간다. 이런 모습은 좌절과 극복을 반복하며 성장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인간관계' 를 겪는 것은 필수적이다.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관계 맺는 것은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며 때로는 상처를 받는 일도 생기게 된다. 이는 식물이 자라면서 바람과 해충을 만나고 극복해 나가는 성장의 일부 과정과 흡사하다.
연구에서 등장하는 '순환' , '반복' 이라는 단어는 식물의 탄생과 소멸, 이어지고 끊어지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좌절과 일어섬을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본인은 한때 자신의 자기 비관적인 모습을 한탄하며 그 원인을 과거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중에서도 수많은 맺음과 끊어짐의 반복인 인간관계는 허무함이나 회의감, 좌절감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했고 이러한 감정은 더더욱 비관적인 모습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본인은 외면하고 묻어두려 했던 과거의 일들을 다시 꺼내어 마주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극복과 동시에 지난 일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하지 않고 과거를 성찰하고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기에 '모든 일은 아무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이 없고, 모든 것은 생겨날 일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라는 '연기론(緣起論)' 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연구작품에서 그려지는 여러 번 반복되며 연결되는 수많은 선은 그물같이 얽혀있으며 시작과 끝이 없는 반복적이고 순환하는 형태로 보인다. 이는 '인드라망(因陀羅網)' 의 형태를 상기시킨다. 겹겹이 쌓인 선들의 반복은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그어나가는 과정이며 사유의 반복과 수행의 과정과도 연관된다. 작품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울창하고 푸른 여름의 숲의 이미지는 식물이 가장 활발히 자라나는 때로 살아있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숲은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치유의 의미로 그려져 왔다. 울창한 숲의 모습은 고민하던 것을 잊고 그 자체를 여유롭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본인은 무(無)의 공간에서 새로운 형태를 즉흥적으로 그린다. 이는 스스로 과거와 마주하고, 돌아보며 반성하고 사유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본인은 위의 과정을 통해 연기법과 인드라망에서 보이는 순환과 반복을 숲에 비유했으며 동시에 숲이 인간과 비슷한 방법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작품을 통해 반복하고 성장하는 공간인 숲을 표현함으로써 인간 또한 극복하며 성장하는 존재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작품세계에 대해 사유의 깊이를 갖게 되었으며 더 넓은 소재탐구와 표현연구의 시도로 향후의 작품활동에 큰 기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