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한국 개신교계 자생적 신종교의 사상 가운데, 주요 인물들과 공동체들이 부분적으로라도 공유하고 있는 '타락사상'의 초기 형성 및 분화과정을 고찰하는 것이다. 여기서 타락사상은 '인간 타락의 원인을 피 또는 성(性) 문제와 연결시키는 주장들과 교차되는 일련의 설명 체계'를 의미한다. 본고에서 타락사상으로 명명한 가르침은 피갈음 교리, 성적 타락, 피의 원리 등으로 지칭되어 왔다. 그리고 이 가르침의 '계보'에 속한다고 이야기되는 김성도, 이용도, 백남주, 황국주, 김백문, 정득은, 문선명, 박태선 등의 인물들이 인간 타락 문제에 대해, 거의 동일하거나 유사한 가르침을 제시했던 것으로 주장되어왔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기존 논의들의 단순하고 이분법적이며, 자기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뿌리-나무적 주장들에 저항하여, 땅속줄기적 시각에서 이들이 제시한 가르침의 복잡한 난맥상을 충분히 고려한 논의를 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와 선행연구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분석 대상이 되는 가르침을 명명하는 방식과 이 가르침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주장들의 관계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이 가르침을 '피갈음', '영체교환'처럼 가치판단적인 시각이 반영되어있는 용어나, '성적 타락', '피의 원리'처럼 가르침의 일부 내용에만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용어로 표현하였다면, 본고에서는 이 둘 모두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타락사상이라는 용어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기존 논의들에서 이 가르침을 인간 타락, 피, 성 등의 주제와 관련된 여러 주장 및 성적 의례가 혼재되어있는 한 덩어리의 내용으로 바라봤다면, 본고에서는 이 가르침의 내용을 크게 셋으로 구별하였다. ①피의 오염과 혈통의 타락 주장, ②성의 타락 주장(성의 타락상 주목, 성적 타락 주장), ③타락 극복 방법(성적 의례는 이 방법 중 하나).
이처럼 타락사상을 세분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앞서 거론한 인물들이 인간 타락과 관련하여 무엇을 주장했는지에 대한 분석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선행연구와 본 연구가 구별되는 두 번째 지점이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본고에서 주되게 다루는 8명의 인물 모두 혹은 대부분이 '피의 오염'과 '성적 타락'을 주장했으며, 이에 기반하여 혼음에 가까운 '성적 의식'을 행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필자의 연구 결과, 인간 타락 문제에 대한 이들의 종교적 입장은 생각보다 더 상이하였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주장을 하였는지를 본론 전체에 걸쳐 분석하였는데, 2장에서는 이 가르침의 원조들로 거론되곤 했던 1920-30년대에 활동한 인물들(김성도, 이용도, 백남주, 황국주)에 주목하고, 3장과 4장에서는 이들의 영향을 받아 등장했다고 하는 김백문, 정득은, 문선명, 박태선이 주장한 타락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1940-50년대 자료를 중심으로 조명하였다.
2장에서는 우선 타락사상과 관련하여 거론되는 주요 인물들과 공동체들의 초기 역사(1920-50년대)를 대략적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등장시켰다고 이야기되는 인물 중 실제로는 김성도만이 이 사상의 등장에 기여했음을 주장하였다. 그녀는 인간의 여러 타락상 중 특별히 음란 문제에 주목하여,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성적 금욕을 위한 종교적 실천을 꾸준히 행하였는데, 이는 성적 타락에 대한 가르침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용도, 백남주, 황국주의 경우에는, 이들의 '피 사상', '천국결혼', '목갈음과 피갈음 주장'에서 타락사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 만한 피 또는 성에 대한 가르침을 발견할 수 없었다. 즉 이들이 기성 개신교회의 '예수 보혈 사상'이나 '선악과 섭취로 인한 원죄 주장', '십자가를 통한 구원 방도' 등과 구별되는 새로운 생각의 단초를 제시했다는 충분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3장과 4장에서는 1950년대에 발간된 김백문, 정득은, 문선명, 박태선의 가르침이 담긴 저작들을 바탕으로 이들 각각이 주장한 타락사상의 내용적 특징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 저작들에서 '피의 오염으로 인한 혈통 타락 주장'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네 인물 모두, 성서에서 이야기하는 최초의 타락인 선악과 사건 이후 인간의 피가 오염되었고, 그 피가 혈통을 통해 유전되면서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피를 오염시킨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선악과 사건에 대해서는 박태선과 다른 세 인물이 다르게 해석한다. 박태선은 이를 기성 개신교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선악과라는 과실을 섭취한 사건'으로 해석한다면, 김백문, 정득은, 문선명은 '타락한 천사 또는 뱀과 해와/헤와의 적절하지 못한 성관계 문제'로 해석한다.
이렇듯 이들의 가르침 중 피나 성(性)과 같은,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의 표면적 주장들에만 주목하게 되면, 이들이 주장한 타락사상이 거의 유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피나 성의 타락에 대한 주장을 바탕으로 혹은 그 주장과 함께, 이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에 주목해보면, 각 인물이 생각보다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선 피의 오염과 성적 타락 주장을 그 사상, 즉 원리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문선명의 경우에는, 성관계의 종교적 의미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고 있는 올바른 결혼 의례를 통해, 죄의 혈통을 하나님의 혈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음으로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이 성적 의식이든 어떤 것이든 순종하고자 했던 정득은은,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중시하며 소수의 신자들과 함께 그녀만의 신앙의 길을 걸어 나갔다. 그리고 너무 쉬운 구원을 주장하는 이들과 순간적인 영적 체험에 도취된 이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봤던 김백문은, 기독교 근본원리에 입각하여 예수와 같은 신앙인격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를 닦아나갈 때, 혈통으로 이어져 온 정욕의 문제 또한 자연히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정득은처럼 영적 체험을 중시했던 박태선은, '예수의 넘쳐흐르는 피 권세'를 위임받은 그 자신을 통해 성신을 오롯이 체험함으로써 그 피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선행 연구자들은 대체로 피의 오염과 성적 타락 주장, 성적 의례가 결부된 가르침이 1920-30년대에 김성도, 이용도, 백남주, 황국주 등에 의해 시작되었고, 김백문, 정득은, 문선명, 박태선 등이 그 가르침의 주요 골자를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고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가르침의 형성과 분화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자 한다. 이 사상이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김성도와 관련된 자료를 고려할 때 '인간의 타락이 성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생각의 단초가 1920-30년대에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았거나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몇몇 인물들이, 성서 이야기들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근거로 하여 피의 오염과 결부된 성적 타락에 대한 논의들을 체계화하기 시작한 시점이 1940년대 중후반이었다. 중요한 것은 선악과 이야기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피 또는 성에 대한 새로운 주장들을 구체화한 인물들이, 그 가르침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가르침에 호응한 사람들과 함께 1940년대 중후반에서 1950년대에 걸쳐, 구원을 목표로 각기 다른 종류의 종교적 실천들을 강조하는 독자적인 공동체를 구축했다는 것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